소안도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섬인데 늦었지만 이제야 다녀왔다. 오래전 보길도 다녀올 때도 지나왔고 추자도 갈 때도 옆을 지나쳤었다. 소안도는 특히 89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항일독립운동의 성지라 해서 궁금증을 더했다. 소안도는 완도 화승포항에서 배로 약 1시간 거리. 서울에서 완도 화승포항까지는 6시간 이상 걸리는 먼 길이다.

완도에서의 주변 섬 뱃길은 두 군데에서 주로 출발한다.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는 청산도, 여서도, 추자도와 제주도행 여객선이 출발하고, 화승포항에서는 노화도 및 보길도, 소안도 행 여객선이 뜬다. 필자 일행은 완도 화승포항에서 13시 50분 여객선을 탔다. 여객선 이름은 대한호. 소안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화흥포-노화도(보길도)-소안도 운항 여객선은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 등으로 모두 소안도의 항일운동 역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소안도가 전라남도 ‘가고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어 ‘소안, 태극기 예술섬’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여객선이름도 변경됐다고 한다. 대한호는 노화도의 동천항을 들른 후 소안도로 간다. 노화도에 이르기 바로 전 뱃길에서는 횡간도가 시야에 가깝게 들어온다. 추자도 부속섬에도 횡간도가 있고 여수에도 횡간도가 있는 데 완도 앞바다에도 횡간도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 섬이 꽤 웅장해 보인다.

정상능선이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섬에는 주민이 130명 정도 사는데 1980년에 무장간첩 3명이 출몰, 경찰에 쫓기다가 전원 사살되어 유명해지기도 하였다. 횡강도의 유래를 기록한 자료에 의하면 고려시대 삼별초의 난을 일으켰던 패잔병들이 섬에 상륙하여 주민들을 약탈하므로, 섬을 지나는 배들이 힐끗 돌아보면서 피해 다녀 ‘빗갱이(橫看)’라고 부른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이곳에 숨어 있었는데, 안개가 낀 날 섬이 큰 전선처럼 보여 왜병들이 겁을 먹고 힐끗 돌아보며 도망쳤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소안도 주변에는 횡간도, 노화도, 보길도, 구도 등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길도는 노화도에서 다리로 이어져 있다. 노화도 동천항 바로 옆에는 조그만 섬인 구도가 위치해 있다. 2017년 6월에 두 섬간 780m 길이의 다리가 완공됐다. 완도군에서는 앞으로 구도-소안도 간 연도교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 다리까지 완공되면 보길도-노화도-구도-소안도가 모두 이어져 같은 생활권으로 묶어지게 될 것이다. 

14시 48분. 드디어 소안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는 제일 먼저 ‘항일의 땅, 해방의 섬 소안도’라고 쓰여진 표지석이 우리 일행을 맞아준다. 이 표지석의 몇자 글이 소안도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소안도(所安島)’는 인구는 3000명도 채 안되지만 69명의 독립운동가, 20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항일독립운동 3대 성지(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 소안도) 중 하나이다. 마을사람이 감옥에 갇히면 감옥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고 잠자는 것이 소안도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소안도는 2012년 8월 14일 북암마을을 시작으로 태극기섬을 조성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태극기섬을 조성해 왔는데 각 가정은 물론, 거리, 공원 등에 수천 개의 태극기가 365일 휘날리고 있다. 소안면 소재지인 비자리에는 소안항일운동기념탑과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소안도는 완도군의 최남단에 있고 완도항에서 17.8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동쪽으로는 청산도를 접하고, 북쪽은 완도, 서쪽은 노화도와 보길도가 인접해 있으며, 남쪽은 멀리 제주도를 바라보고 있다. 소안도는 노화도·보길도·횡간도·당사도 등의 섬과 함께 소안군도를 이룬다. 소안면은 4개의 유인도와 6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안도의 지형은 남쪽으로 길게 뻗은 장고형을 이루고 있다. 

해남 이진-제주 사이 항해 때 이곳에서 해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소안도는 ‘편안히 삶을 기댈 만한 섬’이란 뜻이다. 풍광이 뛰어나고 보길도와 마찬가지로 전복 양식장과 김 양식장이 많아 주민의 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다. 원래 이름은 ‘달목도(達木島)’로 멀리서 보면 초승달을 보는 것처럼 허리가 잘록해서 이름이 붙었다. 필자 일행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섬 트레킹 길에 나섰다.

소안도에는 등산코스로 대봉산(338m), 가학산(359m), 부흥산(230m), 아부산(110m) 등이 있는데 이들 중 대봉산과 가학산이 대표적이다. 또 섬둘레길로서 ‘소안섬길’이 조성되어 있다. 소안섬길은 소안항-비자리-비동마을-북암마을로 이어지는 코스로 총길이 7.9km이다. 소안도에서의 1박2일 여정에서 첫날은 대봉산 등산, 둘쨋날은 가학산 등산으로 잡았다. 대봉산 등산의 들머리는 비동마을 소안중학교에서부터이다. 도봉수산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는 길로 들어서서 약 2.5km, 50분 정도 평지해안길을 따라 가면 보섯끝이라는 곳에 이른다. 이 길은 우측 바다를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는 숲길로 섬 둘레길과 겹치는 코스이다.

보섯끝은 북암마을까지 이어지는 섬둘레길의 중간 쯤에 위치한다. 보섯끝이란 쟁기의 술바닥에 끼워 땅을 갈아 흙덩이를 일으키는 데에 쓰는 삽 모양의 쇳조각을 보습이라 하는데 그 지형이 이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보섯끝에 이르면 너럭바위와 함께 탁트인 바다가 가슴 전체로 안겨온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북암마을(2.8km), 좌측으로 산비탈을 900m 정도 오르면 대봉산 정상이다. 이제까지의 평지숲길과는 달리 약간의 가파른 산길이 계속된다. 섬 산행이 대개 그렇지만 이곳 역시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등산로가 뚜렷하지가 않다. 희미하게 남겨진 흔적을 따라 올라야 한다. 

고도를 높이면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바다 건너 가학산 능선도 시야에 들어온다. 보섯끝에서 약 40분 정도 오르자 드디어 대봉산 정상(338m)이다. 정상에는 돌탑이 서 있고 전면이 환하게 트이면서 바다건너 가학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소안도 지형이 장고 모양이다보니 가학산이 위치한 곳은 마치 다른 섬처럼 보인다. 본래는 남쪽과 북쪽 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너비 500m, 길이 1.3㎞ 되는 사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섬이 되었다고 한다. 정상 표지석은 10m쯤 더 가야 있지만 그곳은 사방이 막혀 있어 실질적으로는 돌탑있는 곳이 정상 조망으로 최고이다. 

정상에서 잠시 쉰 후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 역시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산행로가 뚜렷하지 않다. 중간 중간에 이정표가 있어 이정표 방향대로 따라 간다. 억새 및 풀밭이 가슴 위 높이까지 덮은 울창한 밀림 속을 지나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숲길을 걷기도 한다. 정상에서 약 1시간 쯤 내려오면 북암마을에 이른다. 전면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담한 섬마을이다. 북암리라고 쓰여진 표지석도 보인다. 

여유있게 걷다보니 비동마을-보섯끝-대봉산 정상-북암마을까지 약 3시간 정도 소요됐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맑은 공기, 탁트인 섬 조망을 가볍게 즐긴 후 첫날 대봉산 산행을 마쳤다. 필자 일행이 머물고 있는 숙소는 미라리 소재 미소펜션. 펜션 규모가 제법 넓고 깨끗하다. 펜션 내에 노래방 시설도 있어 친목도모 겸 저녁식사 후 간단히 여흥도 즐겼다. 미라리에는 미라해수욕장이 있고 가학산 등산 들머리는 물론 아부산도 가깝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산책에 나섰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김공장도 보이고 감귤밭도 보인다. 우리나라 감귤은 제주도가 주산지인데 제주도와 가까운 남녘 섬이다 보니 소안도 역시 남귤나무 재배가 가능한 것 같다. 오늘은 가학산 등산예정이다. 펜션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 400m 거리. 운동장약수터-학운정-정상-해도정-맹선재-물치기미쉼터 코스로 총 4.8km이다. 8시 50분에 들머리인 운동장약수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등산로 입구에는 ‘가학산 등산로 안내도’가 세워져 있어 산행코스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등산로 입구 목제데크계단을 지나면 한참동안 울창한 숲터널이다. 14분쯤 오르면 잔디밭쉼터를 만나고, 다시 6분 정도 더 가면 조망이 확 트인 능선 초입에 이른다. ‘가학산 전망 좋은 곳’이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안개가 끼어 오늘은 조망이 흐리기는 하지만 미라해변과 아부산(110m)도 내려다보이는 등 전망이 아름답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여서도를 비롯, 청산도, 대모도, 소모도 등도 보인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좌우 조망이 수려한 바위능선길이다. 18분 정도 더 가면 학운정 정자. 이곳에서부터는 소안도 해안선과 마을들이 그림같이 아름답게 내려다보인다. 비자리 마을과 대봉산, 그리고 멀리 소안도 선착장과 구도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어제 오른 대봉산도 아기자기하지만 가학산 정상능선이야말로 소안도 최고의 절경이라 할 수 있다. 학운정에서 500m 더 가면 가학산 정상(359m)이다. 정상은 조그만 바위봉우리로,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통신탑 봉우리를 지나 정상에서 500m쯤 내려가면 4거리 이정표를 만나고, 울창한 숲길을 계속 걷다보면 데크계단도 만난다. 데크계단에서 다시 300m 더 가면 해도정이라고 부르는 팔각정에 이른다. 학운정과 함께 해도정은 소안면 출신 김종식 완도군수가 2009년 4월 가학산 탐방로 개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세운 정자들이다. 

가학산 등산로 역시 섬의 특성상 등산객들이 많지 않아서인지 간간히 가슴까지 오르는 깊은 풀숲을 만나는 등 사람의 흔적이 적지만 대봉산에 비해서는 그래도 등산로가 잘 정비된 편이다. 12시 14분에 날머리인 물치기미쉼터에 도착, 약 3시간 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물치기미쉼터 전망데크에 서면 지척에 보길도와 당사도가 시야에 잡히고, 날씨가 좋으면 멀리 추자도까지 볼 수 있다.

소안도는 대봉산과 가학산이 있어 산행하기 좋을 뿐 아니라 등산이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둘레길인 소안섬길 및 아부산 탐방로도 있어 가벼운 트레킹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 소안도에는 미라리 상록수림 및 맹선리 상록수림 등 천연기념물 제 339호와 제 400호로 지정된 상록수림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상록수림 주변은 해변경관이 뛰어나고 울창한 산림이 우거져 있으며, 특히 미라리 상록수림은 갯돌로 유명하다.

임윤식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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