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시·도 자치단체를 보면 경쟁이라도 한듯 각 지역의 인프라를 바탕으로한 문화·예술에 대한 활발한 지원과 프로젝트 진행,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들로 가득하다. 안양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 2009년에 출범한 (재)안양문화예술재단은 안양아트센터, 평촌아트홀, 김중업건축박물관, 안양박물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안양예술인센터를 운영하며 시민축제를 비롯한 안양 아티스트 지원 등 다양한 콘텐츠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안양박물관이 김중업건축박물관 앞으로 이전, 재개관했다. 그에 앞서 지난 7월 4일에는 ‘허수아비’ 화가로 알려져 있는 서양화가 남궁원 작가가 제5대 (재)안양문화예술재단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안양박물관 재개관 때 만난 남궁원 대표이사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Q. (재)안양문화예술재단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3개월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A. 그야말로 정신없이 지냈습니다.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고요, 어떤 분들은 화가가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반, 축하 반, 시샘 반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분 좋게 뭔가 개혁하고 예술계에 작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고, 그 일로 인하여 전국의 문화재단의 모범을 보이며 전시, 문화, 예술 전반에 온 힘을 쏟고자 합니다.

Q. (재)안양문화예술재단의 중점 사업을 안내해 주신다면?

A. 안양문화예술재단은 크게 공연사업과 지역 예술인 지원 사업,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있고요. 특히 2016년 5회에 이어 2019년 6회 행사를 앞두고 있는 APAP는 그동안 매회 콘셉트를 조금씩 달리하며 진화해 왔습니다. 2회 때는 도심 속 공공장소에 현대미술을 설치하는 작업에 주안점을 뒀고, 3회 때는 ‘새 동네, 열린 도시 안에서’라는 주제로 일반 시민을 위한 교육과 디자인 중심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습니다. 4회 때는 공공예술 작품의 사후관리와 관객 접근성 강화에 방점을 뒀고, 지난해 열린 5회 때는 시민참여 확대와 공공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5회 대회의 경우 개막 후 53일간 1만 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안양예술공원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제6회 대회는 더욱 발전된 안양의 명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Q. 대표님이 오시면서 더욱 강화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A. 제가 향후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사업은 자체 조직개편 입니다. 전문예술인의 재단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 공무원 조직이 아닌 자유스러우면서도 제 갈 길을 찾아내는 창의력이 중심이 되는 조직으로서 지역 예술을 바탕으로 한 APAP 같은 국제 규모의 축제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또, 우리 재단에는 박물관이 두 개나 있습니다. 안양박물관과 김중업건축박물관인데요, 2018년에는 김중업건축박물관 건축공모전을 갖습니다. 안양예술공원에 위치하는 박물관과 파빌리온을 중심으로 예술거리 조성에 힘쓰고자 합니다. 거리마다 상징적인 볼거리를 조성하여 예술의 향이 물씬 나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특히 빛을 활용하여 공원의 조형물과 주변 환경이 어우러지는 예술작품을 연출하고자 합니다.

Q. 안양박물관이 재개관됐는데 앞으로의 변화와 발전 방안은?

A. 안양박물관이 김중업건축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함께 하게되면서 두 개의 박물관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며, 따로, 또 같이, 시너지효과를 기대합니다. 홍보·전시 등 공동 기획으로 힘을 배가시키는 장정을 최대한 살려 방문객 수를 대폭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안양史를 비롯한 안양의 역사와 굴뚝도시의 근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재개관하여 안양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는 물론, 수집된 유물을 잘 정리해서 관람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안양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내용은 어떤 것인가?

A. 현재 안양박물관의 전시는 유물전시와 시대별 안양의 역사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재밌는 전시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 전시관에서 ‘안양 랩소디:1970~80 굴뚝도시 안양의 기억’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지역민, 학교, 공공기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굴뚝도시 안양의 기억이 담긴 사진과 영상, 자료들을 수집하여 한자리에 소개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김중업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의 현대 건축사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관람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안양박물관·김중업박물관 :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무료 개방. 월요일 휴관.

Q. 안양박물관의 이전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A. 상설전시의 내용이 매우 풍부해졌고 역사 속 빅 이슈를 선정해 전시의 집중도를 잃지 않고 한국사 속 안양역사의 특징이 주목받도록 구성했다는 점입니다. 안양박물관은 안양사(安養寺) 터에서 발굴된 유물과 도자기류를 포함해 1469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2층 상설전시장은 안양 명문기와 등 250여 점이 상설 전시되고 1층 공간은 역사와 건축을 체험하는 어린이 체험공간과 이벤트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어린이 관련 체험 콘텐츠를 확충해 재미있는 박물관, 다시 오고 싶은 박물관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박물관의 기본적 기능인 전시, 교육, 유물 수집, 조사연구 등을 시민 중심 프로그램으로 마련했습니다.

Q. 현재 안양문화예술재단의 어려움과 개선안이 있다면?

A. 재단의 어려움은 어디에나 있겠지만 안양은 그 설립 역사에 비하면 아직도 예술재단으로서의 전문성과 변화가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젊고 유능한 청년과 젊은 피가 필요한데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좀 더 진취적인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기존의 인프라와 조직, 퇴색하지 않는 고유의 안양색이 함께 어우러져서 예향 안양으로의 부활을 위해 힘껏 노력하고자 합니다.

Q. ‘안양’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특화된 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A. ‘안양’이란 땅 이름은 한강으로 유입되는 안양천변에 자리한 데서 붙여졌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마음을 편안하게 지니고 몸을 쉬게 하는데’ 있으므로, 불교의 극락정토(極樂淨土)와 같은 말이기도 합니다. 관악산에는 신라시대의 고승인 원효대사가 창건한 망해암(望海菴)이 있으며, 산수의 경치가 아름다워 지금도 시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죠. ‘편안한 마음의 쉼터’라는 의미의 ‘안양’이라는 지명 그대로, 힐링의 도시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살자는 의미로 시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겁니다.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공원 주변의 상인과 함께 공생하는 자발적인 예술공원 조성과 먹거리 문화를 창조하고자 주력하려고 합니다.

Q. 제14회 미술세계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전시도 앞두고 계신다고?

A. 안양문화예술재단의 대표이사 이전에 화가이므로 어디를 가나 화가로서 자신을 뒤돌아보며 재단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재단에 적을 두고, 시간 투자가 많으니 주말이나 휴일에 못다 한 작업을 합니다. 이전엔 미대 교수를 하면서 화가의 꿈을 키웠다면, 앞으로는 안양에서 봉사하며 그 화가로서의 연륜과 원숙함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들이 대부분이고, 영상 작업했던 5점을 전시합니다. 테마는 같지만 표현은 다른 평면작업과 영상작업을 병행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재)안양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오시면서 ‘안양예술 TV’를 운영하고 계신데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요?

A. ‘안양예술 TV’는 모바일 시대에 걸맞게 설계된 인터넷방송으로 재단에 취임하자마자 바로 시행하였습니다. 아직은 조회 수가 많지 않지만 고객을 중심으로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안양시의 모든 문화예술행사를 뉴스로 보도하며 관객 수를 늘리는데 적극적인 홍보를 할 것이며 고객을 위한 실질적인 홍보 마케팅을 하여 문화예술을 함께 즐기는 기틀을 만들고자 합니다.

Q. (재)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이자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지금은 재단의 발전에 힘을 쏟고 주력하면서 작업은 틈틈이하고자 합니다. 더 큰 설계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우선은 재단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당면한 저의 임무이고, 미술문화 인프라와 기획전시를 많이 하여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친근하게 여기고 박물관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일상 속에서 크게 작게 문화·예술을 누리고, 즐기면서 삶의 휴식과 새로운 힘을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멋진 가을날, 안양문화예술재단의 공간으로 자주 놀러 오십시오. 언제나 환영합니다.화단의 원로 작가지만 만날 때마다 구상했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필자에게 신명 나게 설명해주는 남궁원 대표이사. 역시나 (재)안양문화예술재단의 새 얼굴로서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1980년대부터 ‘허수아비’ 작가로 알려지고 있는 남궁원 작가의 허수아비 철학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남궁원 대표이사는 자신의 허수아비 철학을 이렇게 말한다.

“허수아비(虛守我非)란, 내 안의 좋은 것을 나눔으로써 비우고, 나쁜 것은 버림으로써 비우는 비움(虛)과, 이 사회를 지탱하고 유지시켜주는 사랑과 헌신, 봉사와 감사 등 여러 소중한 가치는 찾아서 지키자는 지킴(守), 그리고 손(手)에 창(戈)을 들고 있는 나(我)를 부정(非)하고 내면의 참사람과 참사랑을 일깨워 바로 세우자는 세움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남궁원 대표이사는 경기도 가평 출신으로 유년시절의 향수에서부터 시작된 허수아비 철학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고, 생활 속에서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이제는 (재)안양문화예술재단의 대표이사로서, 새롭게 선보일 제14회 미술세계상 수상자로 선정된 남궁원 대표이사. '허수아비 철학'의 변주가 기대된다. 

김영주 방송작가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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