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사람을 담고 삶을 담고 그리운 추억을 담고 때로는 애환도 담아내는, 소리 내어 울어도 기뻐서 날뛰어도 못내 침묵으로 한없이 안아주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휴식과 쉼을 내어주는 공간. 그래서인지 집은 주인을 많이도 닮아있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까지 하니 집은 그렇게 우리에게 특별하다.

이것이 우리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삶으로 끌어들인 이유이며 인테리어 작가 길연이 디자인 파트너를 자처하고 나선 이유다.

“제게 대치동 집은 밖으로 내어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지병으로 늘 아프셨던 어머니께서 음식 말고는 우리를 충족시켜줄 다른 여력이 없었는 데, 철없는 제게는 그런 집이 다른 여느 집과 비교했을 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너무 좋아했고, 급기야는 직접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지요.”

길연 대표의 인테리어 인생은 어린 시절의 아픔을 자양분으로 시작됐다. “그래서 남들에게도 예쁜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 보니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끝난 후에도 한번도 남의 집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구요.” 그녀가 완벽주의자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단 공사 의뢰가 오면 본인의 집에서 상담을 시작한다.

자신의 작품인 집부터 오픈을 하고는 자신이 만든 집을 5군데를 선보인다. 공사하고 나서 살아가는 집들을 보이고는 의견을 다시 묻는다. 본격적인 공사 전 미팅으로만 5차례, 공사 완료까지는 수 없는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즉 고객의 니즈를 완벽히 파악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의뢰하는 사람은 주로 주부, 그러나 공간의 공동 주인인 자녀와 남편들의 의견을 자세히 타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같이 살아갈 아이들과 남편이 만족하는 공간이 돼야 하죠. 3~4가지 옵션을 가지고 남편과 아이들의 의견을 취합합니다. 몇 번이고 의견을 조율하기 때문에 가족 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집이 되지요.”

늘 고객은 언니와 동생

끝난 후에는 나의 지인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취향과 필요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나면 더 이상 알 수 없을 만큼 상대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예산과 관련한 속사정, 선호도와 어린 시절 추억까지도 디자인의 고려 대상이 된다. 이렇듯 상대를 관심 있게 알아가면서 어느새 클라이언트는 언니와 동생이 되어 있다. 일이 끝나고 나서는 클라이언트는 어느새 길연 대표의 지인이 되어있다. 이렇듯 인테리어에서 고객과의 유대 관계는 작품에 대한 ‘동상이몽’을 줄이고 AS등 각종 문제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자연스런 해결책이 된다. “인테리어 공사이후의 집이 상상이 되도록 실물을 보여드리고 설명을 합니다. 고객이 지갑을 연다는 것은 그 만큼의 신뢰를 바탕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일이 진행될 때는 마치 저의 집인 듯 착각이 들 정도로 하루 종일 생각하곤 합니다.”

상업 공간을 주거로

텍스처 믹스매치로 개성있게

그녀의 디자인은 그녀를 닮아있다. 금속 공예학과를 나와 ‘막스마라’라는 패션 브랜드에서 디스플레이와 MD를 거친 그의 남다른 이력 때문일까. 개성이 강한가 싶으면 과감하고 부드러운가 싶으면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세련미를 더한다. 그녀가 자주 쓰는 오브제는 메탈과 자연소재. 개성을 나타내는 곳에는 메탈로 그리고 통일성은 자연소재 마감이 담당한다. 특히 상업공간에서나 쓰이는 메탈과 글로시한 소재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 사실.

그녀는 주방을 마치 상업공간처럼 꾸몄다. 반응은 대성공. “주부들이 하루 내내 일하는 곳은 주방인데, 인테리어에서 소외 되곤 하죠. 그러나 저는 주부의 입장으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곳이어야 한다는 지론이에요. 엄마가 음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가족들은 당연히 행복할테구요. 물론 무조건 메탈 느낌 나는 소재를 고집하는 건 아니구요, 연세와 취향을 고려해요, 대체적으로 반응이 좋았고, 결국 모든 가족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공간이 되곤 하지요.”

과감한 구조 변경 특징

늘 새로운 느낌, 가족에 맞춤 디자인

그녀의 작품은 과감한 구조 변경이 특징적이다. 가벽은 헐고 새로운 벽을 만들기도 하고 전혀 없던 곳에 화장실과 욕실이 생기기도 하는, 그의 디자인은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를 훌쩍 뛰어 넘는다. 물론 이를 위해 테이핑 작업이나 스티로폼을 동원해 가벽을 세워 보여주기도 하고 3D 작업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주기도 한다. 구조변경에 적극적이지 않던 클라이언트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것. 이 모든 것이 그가 집을 디자인하는 삶의 파트너를 자처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 우선적이다. 그만큼 여러번 생각하고 확신을 가지기 까지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구조 변경을 선호하는 이유는 늘 같은 공간에 살던 사람이 공사이후에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간다면 너무 지루해질 것 같아요. 충분히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데 말이죠. 평범하지만 지루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점을 탈피하기 위해서 의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이제까지 그녀의 인테리어 인생 10년. 그리고 그간 그녀의 손을 거쳐 작품으로 탄생한 곳은 100여곳, 한 곳도 그녀가 허투루 보낸 곳이 없다. 디자인 값으로 당당히 무형의 아이디어 값을 요구하는 그녀는 또한번 인테리어 시장을 놀래켜 줄 작품을 구상중이다. 10년간의 성과가 그녀의 말이 말뿐이 아님을 보여주기에 우리는 그녀를 주목한다. 그녀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정점을 찍는 그 순간, 우리의 탄성이 그것을 증언할 것이다.

신수경 기자  au217@naver.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