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한편 북핵 무력화 전략도 동시에 추진해야 합니다.”

한백통일재단 이자형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2017 동아시아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반도 상황이 위급한 시점에 때맞춰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와 한반도 평화체제 및 통일전망’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은 한백통일재단·일본 동아시아총합연구소·세종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안보통일연구원·헬프시리아 등 72개 통일·일반사회단체 등이 주관했다.

이날 개회식은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일본 동아시아총합연구소 강영지 이사장의 개회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덕룡 수석부의장의 격려사, 한백통일재단 이자형 이사장의 환영사, 세종연구소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의 인사말, 동국대학교 정용상 교수의 축사로 심포지엄의 의미를 알렸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녹색환경합창단(단장 강금순) 단원들이 「불어라 통일의 바람아」·「나의 조국」을 합창하고, 「우리의 소원」은 참가자들 전체가 함께 불러 감동을 전했다.

한백통일재단 이자형 이사장.

일본은 원폭 경험, 한국은 무덤덤해

1991년 창립된 일본 동아시아총합연구소는 1996년부터 중국·대만·몽골 등 동북아시아 각국 지역을 순방하면서 올해로 16번째 동아시아 국제 심포지엄을 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통일, 동북아 경제협력과 공동번영, 공동체 구축을 호소해 왔다.

재일교포 2세인 강영지 이사장은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목표는 실현되기는커녕 현재 동북아 정세는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국가간 갈등이 심화되는 등 아주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이다. 지난 7월에 천명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시기적절하며 대단히 뜻깊은 정책대안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강영지 이사장은 “일본은 원폭의 경험으로 핵폭탄이 얼마나 참혹한지 알고 있지만 한국은 핵에 대한 공포가 약한 것 같다”며 “한국도 핵무장해야 한다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가 전멸돼 제3차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20대부터 조국과 민족의 독립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나이 때문에 향후 10년밖에 활동하지 못할 듯하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로 서울에 왔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한백통일재단 이자형 이사장은 “미중 패권경쟁은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미간 대결국면은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한반도 주변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를 주시해 통일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우리는 한반도 주인으로서 흩어진 국론을 결집시켜 국민통합과 함께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주도적으로 한반도 관련국과 통일협력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국제 심포지엄이 시의적절한 정책 대안이 도출돼 통일의 길을 개척하는 데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과 미국의 예측하기 어려운 두 지도자들간의 말폭탄이 한반도에 실제 폭탄으로 돌아오게 하면 안 된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점검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외교적·경제적 방안 마련에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장은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상호이해를 통한 평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위기모면을 위한 일시적·순간적 미봉책으로서의 평화가 아닌 항국적 평화를 위해 이해당사자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정용상 교수는 “오늘 심포지엄이 한반도에 대한 주변국의 외교 방향을 설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해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며 “지구촌의 평화를 선도하는 그날을 위해 소중한 양식, 값진 울림을 주길 바라며 동북아 평화의 씨앗을 심는 대성공을 이루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북핵문제와 동북아정세 토론

이날 제1회의는 ‘북핵문제와 동북아정세’이란 주제로 오노다 아키히로(일본 동아시아총합연구소) 부이사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발표자로 박동훈(연변대학) 교수가 ‘미중 관계의 변화와 북핵 문제’와 정경영(한양대) 교수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전략’, 양향봉(연세대) 교수가 ‘변화와 불안정 속의 미중 관계’와 고마키 테루오(동아시아총합연구소)가 ‘북조선 핵문제와 동북아시아 정세’란 주제로 토론했다.

박동훈 교수는 “북핵문제 해법에서 중미 간의 갈등은 사실이나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한반도 위기가 긴박한 상황이란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중미간 협력을 견인할 수 있는 한국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국외교가 절실한 때이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현 정권은 한국 역대 정권에 비해 열악한 국면에 놓여 있다. 국제적 측면에서 전 정권에 의해 불거진 사드 문제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며 “단기적 측면에서 볼 때 무엇보다 긴장 국면을 완화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은 정책의 포용성, 과정의 점진성, 대북정책 공조체제 수립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경영 교수는 “북한이 끊임없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켜 통제 불능의 사태로까지 비화돼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을 해오는 상황에서 무장이 없는 평화지상주의는 결코 재앙적 핵전쟁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전면전을 각오해 무장하고 북한이 핵미사일의 명백한 공격 징후가 있을 때 선제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결기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북핵 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국의 독자적 전략으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의 3축 체계의 조기 전력화와 전시작전권의 조기 전환을 주장했다.

정경영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명백한 징후를 식별했을 때 재앙적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한국군의 군사력 운용의 자율성은 필수다”며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는데 미국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지면 한국사회는 공포심리에 사로잡힐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핵선제 공격으로 무력남침을 감행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재앙적 핵전쟁을 막기 위해 징후 포착시 선제 타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미연합사에서 대한민국 합참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의 기본 틀이 바뀌는 것으로 이러한 복합적인 차원에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미간 대화가 이뤄질 경우 북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이를 적극 고려하면 한미동맹은 와해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측에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전쟁을 주도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한반도 유사시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전쟁수행의 문제를 군에만 맡길 수 없다. 사실상 미국 주도의 한미연합방위체제에 대한민국은 정부도, 군도, 국민도 안주해 왔다”며 “전작권 조기전환은 국민, 국회, 군대, 동맹국의 공감대 확산을 위한 전략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면서 잠정 목표연도를 설정해 범정부·범국민적 차원에서 추진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북아 평화협력의 방향?

제2회의는 ‘동북아 평화협력의 방향과 한반도 통일’이란 주제로 하정열(한국안보통일연구원) 원장이 사회자로 나섰다.

발표자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세종연구소) 박사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의 쟁점과 과제’, 히라이 히사시(교토통신사) 위원이 ‘한일관계의 쟁점과 과제’,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한 관계의 쟁점과 과제’를 다뤘다.

토론자로 서정근(야마나시 현립대학) 교수가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한미관계의 쟁점과 과제에 대한 토론 요지’, 김두승(한국국방연구원) 박사가 ‘한일관계의 쟁점과 과제에 대한 토론문’, 고미 요우지(도쿄신문) 위원이 ‘한국 주도의 북조선 비핵화는 정말 실현 가능할까’를 제시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박사는 “한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북한 체제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서로를 탓하지 말고 함께 북한의 이탈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수립 이후 한미 관계의 주요쟁점은 북한의 대남 위협에 대한 대응방법이었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 정부가 정통성이 없으며, 동시에 북한 정권유지에 장기적인 위협으로 간주해 왔다”며 “북한 지도자들은 북한 주민이 남한의 성공 수준을 인지하고 북한 정권이 자신들에게 무시와 거짓말을 일삼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기를 들까 두려워한다. 따라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제로섬게임으로 취급한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박사는 “한미는 북한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북한정권의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북한문제를 상대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대신 북한의 부정행위에 집중하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북한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국가이다. 북한 핵무기가 심각한 위협이지만 한국과 미국이 굳건하고 연합된 태세를 갖추면 북한은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없고, 핵무기 보유로 인한 이득을 누릴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히라이 히사시 위원은 “현재 일한간의 최대 쟁점은 위안부 문제이다. 필리핀 아세안 지역포럼 때 일한 외상회담에서 고노타로 외상은 2015년 12월 일한합의 실시를 요구한 반면 강경화 장관은 한국 국민의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애초에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보고자 했던 것이 무리한 일이었고, 그것을 억지로 합의한 일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일한관계의 전부가 아니다. 위안부 문제의 대립을 핑계로 양국관계 전체를 희생시키는 일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를 생각할 때 현명한 선택이 안 된다”며 “근본적 해결은 단기간내에 불가능하며 치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 일을 일한관계의 중심과제로 삼지 말고 한국의 원칙론 완화이거나 일본의 추가적 조치를 유도하는 등 서로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히라이 위원은 “일환 양국민은 자기 나라 국민이 전쟁 피해를 안 입도록 전쟁저지를 위한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한반도 위기는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일본은 앞으로 더욱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져 틀림없이 국력이 떨어질 것이고 한국 또한 비슷하다. 양국이 동아시아에 위치한 중견국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한 제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정근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주도한 UN 결의에 동의하면서도 북한과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 패를 계속 쥐고 있는 상태이며 러시아 또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불투명하다”며 “대통령 자신의 개성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철학은 리버럴리즘, 트럼프 대통령은 리얼리즘으로 서로 다른 게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필요한 것은 비핵화가 종점이 아니라는 발상이다. 중장기적 시점에서 통일에 대한 비전과 통일 후의 나라 모습, 스킴(scheme)을 한국정부는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란 말이 있듯이 한국의 외교전략으로서 한미일동맹을 ‘남북한’미일동맹으로 변경하게끔 발상의 전환과 확신적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조언했다.

한일 과거문제 해결 공동노력 필요

한일관계에 대해 김두승 박사는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의 한일, 한미일 안보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며 “이러한 안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위안부 문제 등 한일 양국이 안고 있는 과거 문제의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한일관계는 종종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비유된다. 이제는 이러한 한일관계를 양국이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과거 문제를 해결한다는 정책적 마인드 하에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상호간 안보군사협력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초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성장 실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 과정은 ‘북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선언 → 북핵 동결 → 북핵시설 불능화 → 북핵 감축 → 북핵 완전폐기’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중국의 고강도 압박수단이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만약 중국이 중국인의 북한 관광금지, 철저한 북·중 밀무역 차단, 대북 원유공급 과 가공유 수출 중단, 북한 물품 수입 중단, 중국 내 북한 근로자 귀국조치 등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사용하면 북한도 생존을 위해 타협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실현 여부는 현실적으로 중국의 협조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끌어내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중국의 우려를 해소 또는 완화하기 위해 성주에 배치된 미국의 사드를 구입해 직접 운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 실장은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남북 대립이 장기화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작권의 조기 전환을 진전시키면서 특히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국제 심포지엄은 우천에도 불구하고 오후 1시 30분부터 6시까지 열띤 토론과 함께 차분한 경청이 조합을 이뤄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동아시아총합연구소 강영지 이사장은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 철학이 생성됐다”며 “함께해준 참가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런 행사를 매년 진행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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