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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1호 민간정원 ‘쑥섬’김상현․고채훈 부부가 가꿔 400년 만에 개방한 꽃섬
김영주 방송작가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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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2  15: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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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필자는 지난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방송작가 소재 발굴 워크숍으로 전남 고흥에 다녀왔다.

고흥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장이자 세계 13번째 우주센터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닌 숨은 명소가 많다.

그중에서 나로 우주센터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쑥섬(애도)이 있다. 나로 우주센터를 방문하고, 이어서 들르게 된 쑥섬(애도)에서 필자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섬 속의 비밀정원, 너무도 아름다운 정원이 그곳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정원은 전남 1호 민간 정원으로 고흥 백양중학교 국어 교사인 김상현(49)·건강약국 약사인 고채훈(46) 부부가 7,8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2016년 6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고 한다.

이하 글은 쑥섬지기 김상현 씨와의 대담을 중심으로 엮었다.

   
 

-쑥섬 둘레길을 인상 깊게 둘러보았다. 힐링파크 쑥섬쑥섬이 조성된 계기는?

쑥섬 둘레길은 쑥섬 마을 소유의 원시림과 저희 개인 소유의 탐방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을 소유를 지나지 않고 탐방이 가능하나, 마을과 함께 잘 되는 게 저희 기본 생각이라 처음부터 그렇게 구상을 했습니다. 쑥섬 땅 전체를 살 돈도 없었고, 현실적으로 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사전 답사 후 쑥섬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영역을 정해서 구입하였고,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습니다.

8년 동안 30명 정도의 땅주인을 찾아다니며 쑥섬을 가꾸려는 계획을 설명하고 설득하였습니다. 쑥섬 땅 주인이 이사해 살고 있는 서울, 부산, 포항, 울산, 여수, 전주, 광주광역시, 순천, 고흥 등 다양한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2016년 6월부터 개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성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저희 어머니는 지적장애인이셨는데, 어렵게 저희를 키우셨습니다. 그래서 평생 어머니(2010년 작고)를 모시고 살고 싶었습니다. 이런 제 생각에 아내가 동의를 해주었기에 나로도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2000년 새해를 맞아 평생 동안 하고 싶은 일들인 버킷리스트를 적어서 서로 보여주었는데, 저희 둘 다 사회사업이 1번으로 랭크되어 있었습니다.

신혼 때부터 지역 학교들에 장학금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었고, 어려운 학생과 노인을 대상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직접 후원하거나, 미자립 교회에 후원금을 보내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지속적인 관심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돈이 더 필요했습니다.

약국을 하는 아내와 교직에 있는 저는 지역에 기여하면서 저희도 잘 되는 일을 생각하던 중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해줄 아이템을 찾아보았으나, 저희 형편으로는 이미 땅값이 오른 나로도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습니다. 특히, 목돈이 없는 저희는 지속적으로 조금씩 해나갈 수 있는 일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쑥섬을 가꾸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나로 우주센터가 들어서기로 했고, 나로도에 관광객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좋은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쑥섬을 가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막했습니다.

조경이나 원예, 부동산 등에 문외한이기도 했고, 이를 구체화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땅 매입을 해가면서 조경이나 원예, 마을 가꾸기 등에 대한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쑥섬의 역사나 이야기, 개인의 삶 등의 자료들을 인터뷰 조사, 문헌 조사 등을 했습니다.

 

-현재 힐링 파크 ‘쑥섬쑥섬’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마을기업을 지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저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마을과 함께 수익을 나누고, 80대 어머님들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데도 용돈이 생기고, 마을 꽃밭을 만드는 데도 수입이 생기는 그런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 펜션을 관리해주시는 주민께도 소액이나마 돈을 드리고 있으며, 식당에서 단체를 받아 식사를 제공하면 수익금 거의가 인건비로 나가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마을기업을 법인으로 등록해서 명명백백하게 운영을 하고자 했으나, 마을기업을 만든다는 건 서류를 만들어야 하고, 서류에는 도장이나 인감이 들어가게 됩니다.

50% 이상이 80대인 쑥섬마을 구조상 그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도장이나 서류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몇 년 후의 미래에 대해 설득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을 발전 기금을 미리 내고 있습니다. 쑥섬 마을 어르신들이 반 정도는 80대 어르신들이시라 수익을 모아서 나중에 분배하기보다는 미리 발전 기금을 내주는 걸 선호하셨기에 그 제안에 따랐습니다.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고령이시라 그렇게 생각하시는 마음이 이해는 됩니다. 그래서 지금은 수익금보다 더 많은 돈을 발전 기금으로 내고 있는 형편입니다.

   
 

-쑥섬 탐방로가 400년 만에 개방된 거라고 하는데, 이유는?

정확히는 폐쇄돼 있었던 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섬이라서 아무도 오지 않은 것입니다.

섬 여행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분들도 쑥섬을 처음 와본 일이 여러 차례입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원시림은 당숲이다 보니 신성시해서 함부로 출입을 못 하게 했으며, 남자들은 그 근처를 다녔으나, 여자들은 평생 살면서 가보지 못했습니다. 혹시나 부정이 탈까 봐.

80대 쑥섬 어머님들은 쑥섬에서 60년을 살았어도 당숲에 들어가 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쑥섬 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이 16년 되었는데, 저도 처음에는 땅장사를 할 목적이다, 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저렇게 하고 있는 거다 등의 오해가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 8년 동안은 허락을 받고 들어갔으며, 허락 없이 들어가면 꼭 한 마디씩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8년 정도가 지나니까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가도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지나니까 완전히 신뢰를 하였습니다.

저희도 원래는 쑥섬을 내년에나 개방하려고 계획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을배인 사양호가 내년이면 없어집니다. 사양마을(인구 200명)에 다리가 완공되고, 쑥섬만 섬으로 남게 됩니다.

고생이 되더라도, 다소 어설프더라도 개방해서 탐방객들이 다녀가면 마을도 알려지고, 주민들 힘으로는 해결 못하는 선박 운영비도 확보하고, 지자체에서도 쑥섬에 대한 조치를 해줄 거라는 기대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쑥섬은 인구도 20명 내외이고, 수산물 물동량도 없고, 우리가 가진 건 원시림과 자연경관이니, 이를 개방해서 우리 마을을 유지할 수 있는 방편으로 개방하자고 해서, 400년 만에 개방을 하게 된 겁니다.

 

-쑥섬 비밀정원을 보고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쑥섬지기께서 계획한대로 잘 조성되었는지, 쑥섬 별정원(꽃정원)의 규모와 매력은?

먼저, 쑥섬이 가진 자원을 분석했습니다. 난대 원시림과 아담한 돌담 미로, 돌담 다랑이 밭, 300백 년 된 동백길, 탁 트인 바다와 일몰 등 자연과 경관이 좋았습니다. 거기에다 칡넝쿨이 가득한 곳이 있었는데, 300여 가지 꽃이 피고 지는 코티지 정원인 별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쑥섬 탐방로를 조성하면서는 옛길 복원과 쑥섬의 자연을 잘 보여주기, 그리고 쑥섬의 풍습이나 설화가 살아있는 곳을 지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가령, 자연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여인의 나체와 풍만한 가슴을 가진 후박나무, 태풍 매미에 쓰러졌지만 결코 죽지 않은 육박나무, 밭 가운데 있는 바위에 뿌리를 박고 살아남은 느릅나무(자연이 만든 석부작), 저절로 수형이 부채꼴로 예쁘게 나온 다정큼나무, 소나무 조경업자도 욕심을 내는 신선대의 소나무 등을 지나가게 했습니다.

그리고 쑥섬의 옛길은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몬당길입니다. 또, 쑥섬의 풍습과 옛이야기가 살아있도록 여자 산포바위, 남자 산포바위, 신선대, 대감바위 등을 지나갑니다.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해발 83m, 별(꽃)정원은 1,000평정도 됩니다. 여기서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고 지는데 요즘에 볼 수 있는 꽃은 알리움기간티움, 니포피아, 꽃양귀비, 금영화, 낮달맞이, 샤스타데이지, 세이지, 라벤더, 디기탈리스, 금잔화, 딤스로켓, 아이리스, 금어초, 페튜니아, 니코티아나, 달리아, 금계국 등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 아내가 직접 모종을 가꾸고, 국내는 물론 구하기 힘든 품종은 해외에서 꽃씨를 구입해 와서 정성껏 가꾸고 있습니다.

 

-오늘의 쑥섬으로 개발되기까지의 어려웠던 점과 보람된 점은?

주말에 칡넝쿨 가득한 밭을 일부 일궈 놓고 갔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오면 칡넝쿨이 다시 점령해 있는 일이 반복되는 일도 있었고, 처음에는 칡을 어떻게 제거하는지를 몰라서 더 고생한 일도 있었습니다.

쑥섬에 일을 다니려고 배를 산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그전에는 마을 배 막배 시간에 쫓겨 달려 내려오다 비탈길에 미끄러져 엉덩이나 발목을 다친 일도 있었고, 동력 운반기로 짐을 나르다가 오르막길에서 엔진이 꺼져서 함께 15m를 밀려 내려오면서 죽을 뻔한 일도 있었고, 급한 마음에 장미를 삽목한다는 게 찔레를 잔뜩 삽목하고 정성스럽게 가꾸던 일도 있었고, 땅에 직파할 것들과 포트 모종을 만들어야 할 것들이 있는데, 무조건 직파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보람된 점은 오신 분들이 만족하고 감사해할 때 가장 행복하고, 기쁩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에게는 특별한 소득이라고 할 수 없지만, 탐방객들이 어느 정도 오면서 쑥섬마을의 자연산 돌미역이 다 팔리거나, 쑥섬 주민들이 채취한 쑥이나 토란, 머위 등을 파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또, 쑥섬 탐방을 위해서 고흥 관내나 나로도 지역의 펜션이나 모텔 등에서 주무시고, 식당 같은 걸 이용하시면,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그간 다녀간 방문객의 반응은?

쑥섬은 자연 상태의 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비포장 오솔길이죠. 그래서 탐방하면서 길가의 다양한 식생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따뜻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난대 수종들, 야생화나 산딸기, 정금 등이 탐방로 옆에서 열립니다. 그러다 보니 반응이 크게 두 부류입니다.

거제 외도나 장사도 같은 곳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직 멀었다고 평가하십니다. 해 놓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괜히 왔다는 말씀들입니다. 지금은 쑥섬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고 있어서 이런 부류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부류는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자연을 살린 탐방로에 탄복하고 고마워합니다. 수십 년 섬 여행을 하신 분들도 어려 분이 다녀가셨는데, 쑥섬을 처음 왔다고 하면서도 수 백 개 중에 한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섬이라고 평가를 해줍니다. 그리고 대도시권의 탐방객들은 아주 만족하시는 것 같습니다.

와보신 분들의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계속 늘고 있는 것고, 재방문자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타깃을 분명히 하고, 쑥섬이 좋다고 하는 분들은 오신 분들 중 20%만 되도, 성공적인 평가를 받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우선, 단기적인 사항입니다.

우리 고흥군과 전남도에서 올해 5억, 내년에 5억 원을 투입해서 돌담 복원, 쉼터 조성, 해변 공원 만들기, 옛 우물 복원 등을 해줍니다. 주민들과 함께 회의도 여러 차례 했지만, 우리 쑥섬 발전의 지렛대가 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①쑥섬 배편이 유지되어서 마을 어르신들이 육지 나들이를 불편 없이 하실 수 있도록 하는 일.

②쑥섬에 상수도가 개통되어서 마을 어르신들이 물 걱정 없이 사실 수 있도록 하는 일.

③쑥섬쑥섬에서 수익금이 나오면 마을 어르신들의 밥이나 빨래 청소 등을 지원하여 거동이 힘들어도 여생을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보내실 수 있도록 하는 일.

④쑥섬 마을 구성원들의 역량을 높이는 일.

⑤마을 어르신들이 참여하실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꽃밭, 화분, 마을 청소, 인생 이야기 등을 통해 즐겁고 당당한 어르신으로 살아가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다음으로는 장기적인 사항입니다.

①지역의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사회복지 사업(빈곤 노인, 결손 가정의 아동 등).

②장학사업(청소년과 만학도 대상).

③소명의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을 찾아 그분들이 생계 때문에 신념을 버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

④지역 사회에 헌신 봉사할 수 있는 리더형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후원하는 일.

 

에필로그

달변은 아니었지만 인터뷰 내내 신명이 나서 이야기를 하는 김상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부부의 버킷 리스트 실행에서 비롯된 소박하지만 커다란 꿈이 이토록 멋지고 환상적일 수가 없었다.

그건 바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꿈을 잃지 않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부부의 바람이 그대로 전해져오기 때문이리라. 부부는 쑥섬을 가꾸듯, 부모님을 봉양하고, 자녀들을 키우고, 이웃과 함께 하고 있다.

알고 보니 필자와 쑥섬지기는 같은 또래였다. 쑥섬지기 김상현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럽기도 든든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철학이 있는지 물었다.

“우리에겐 엄격하게, 남에겐 관대하게, 외면보다는 내면을, 기본에 충실하게.”

단숨에 얘기하는 김상현 씨의 단호한 어조가 가슴을 울렸다.

김상현·고채훈 부부는 쑥섬에서 배를 타고 5분이면 닿는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 살고 있다. 슬하에 올해 의대에 진학한 맏딸 서연 양, 고등학생 서영 양, 중학생 서울 군 3남매를 두고 있다.

김영주 방송작가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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