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19혁명 57주년을 맞이했다. 오늘도 김정일(4.19혁명정신선양회 회장)​씨는 한결같이 4.19 영혼지킴이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 57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어 김씨의 정성은 주위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김씨는 4.19혁명 당시 주역으로 참여하여 국립묘지를 자주 찾았다. 2년 전, 묘비에 4.19 유공자의 이름이 플라스틱 조각으로 땜질된 것을 보고 가슴 아파했다. 이에 제대로 비석에 이름을 새길 것을 수차례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이 내용이 2015년 4월 17일 조선일보에 ‘55년간 돌봐본 4.19 산화의 넋’이라고 대서특필 되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언론을 통해 이 사정을 알게 된 이가 사호선문학회(四護旋文學會 회장 임정순) 멤버들이다. 이 모임의 뜻은 4.19 호국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것으로 한자로 四護旋이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하여 정당한 유공자인 ‘서현무’라는 이름을 비석에 새겨야 된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의 열정과 정성이 하늘에 미쳤음인가. 결국 당국에서도 영혼결혼 부부 김태년 서현무 이름을 나란히 새겨 새롭게 비석이 세워졌다.

슬픈 영혼부부 이야기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4.19국립묘지에는 1960년 4.19혁명 당시 산화한 두 명의 합장한 묘가 하나 있다. 숨진 중앙대학교 김태년(남. 당시 23세 약학과 3년)씨와 중앙대학교 서현무(여, 당시 22세, 법학과 2년)씨다.

4.19혁명 당시 희생당한 학생과 시민이 무려 186명이다. 이들 희생자 중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있다. 그들도 집회 군중에 함께 있다가 경찰이 쏜 총탄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대학생 희생자 23명 중 고려대학교 1명, 동국대학교 1명이고, 중앙대학교는 무려 6명이나 된다.

중앙대학교가 많은 이유는 한강다리 넘어 서울역, 시청 앞 청와대(전 경무대)를 거쳐 마지막 집결한 곳이 하필이면 전국경찰의 총본산인 경찰청(전 내무부) 앞이었다. 지금의 을지로 2가에 있는 외환은행자리다.

이들의 장례는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이후 그해 5월 10일 중앙대 학생자치위원회 주관으로 ‘민권 찾은 혼 고이 잠드소서’라고 쓴 현수막을 고 임영신 총장을 비롯하여 이항령 문교부 차관, 장기영 서울특별시장 및 5천여 명의 중대생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 울먹이며 젊은 넋을 서러워하는 임 총장의 추도사는 가족들의 애달픈 울음소리와 함께 추도객들을 눈물 천지로 만들었다

그 뒤 꽃다운 나이에 혁명의 희생자가 된 유일한 여학생 법학과 2학년 서현무와 양과 약학과 3학년 김태년을 짝지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앞장선 사람이 당시 정외 4학년 이춘근(4.19혁명 공로자회 전 사무총장)씨와 정외 3학년 김정일씨(중앙대학교총동창회 고문)이다.

쓸쓸히 진 두 혁명의 꽃

서현무씨는 경찰청 앞에서 중앙대 교훈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끌려가 모진 폭행과 고문을 당해 결국 후유증으로 두 달 후인 병원에서 홀어머니와 친구 한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하게 7월 2일 숨지고 말았으니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당시 동아일보 7월 3일자에는 ‘쓸쓸히 진 혁명 꽃’ 중대 서현무양 입원 중 영면을 부제로 하여 기사로 다뤘다.

고 김태년씨는 3.15부정선거 규탄시위 상황을 녹음하다 경찰의 발포로 목숨을 잃었다.

양가 부모는 두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그 해 11월 11일 조계사에서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이들을 충북 음성의 한 산에 합장했다.

그로부터 33년이 흐른 1993년 정부는 수유동 국립묘지로 승격시키면서 두 열사의 묘도 4.19묘지로 이장했다. 하지만 사후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각각 99번과 49번 묘지로 20m가량 떨어져 묻히게 됐다.

4.19혁명에 앞장섰던 중앙대 동문 김정일씨는 이 사실을 알게 돼 수년 간 국가보훈처와 등을 찾아다니며 이 부부가 애초대로 합장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결국 1995년 11월 9일 정부는 이들을 다시 한 곳에 묻어줬다. 김 씨는 합장을 하면서 ‘서 양이 총상으로 숨졌다’라고 잘못된 비문도 바로잡았다.

이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2014년 묘역 입구에 커다란 화강암으로 묘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설치됐는데, 이번에는 남편인 고 김태년의 이름만이 새겨져 있었다. 김씨는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이 내용이 2015년 4월17일 조선일보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묘지 수호에 나선 사호선문학회

글을 쓰며 의미를 나누는 모임인 사호선문학회 임정순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언론에 독자 투고를 했다. 김경희(수유동)씨는 ‘4.19영혼 부부 울고 있다’, 류연경(쌍문동)씨는 ‘4.19영혼부부 바람되어’, 임정순(번동)씨는 ‘4.19영혼 부부 4.19꽃’ 이라는 글을 써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늦게나마 중앙대학교도 4.19영혼 부부의 이야기를 혁명이후 최초로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20일 조선일보에서 또 다시 국립묘지 합장묘의 사연이 보도됐다.

이후 중대 동창회보 1면에 ‘100년 역사를 걸어온 의와 참의 중앙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혼부부 김태년, 서현무를 포함해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6인의 동문열사를 다뤘다

이후 중앙대학교 총동창회는 ‘중앙인 하나 되기 등산대회’에서 4.19 때 목숨을 바친 중앙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애도를 보였던 사호선문학회 임정순, 유연경, 김경희 씨 3명을 특별 초청해 감사함을 전했다.

이러한 김정일 동문의 정성과 사호선문학회 일련의 과정이 있은 후에 뒤늦게나마 국가보훈처는 지난 해 6월 29일에 표지석을 새롭게 바로 잡아 놓았다.

오랜만에 두 사람의 넋도 하늘에서 웃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듯 감동적이지 않은가? 마침 4.19국립묘소에 참배 왔던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손학규 전 민주당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고 김주열 묘소 참배하고 그곳에서 10m 떨어진 영혼부부 사연을 듣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머리 숙여 추모의 예를 표한 것은 혁명가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었다.

이제 4.19혁명 57주년을 맞이하여 4.19혁명공로자회(회장 유인학)와 묘소를 관장하는 강북구(구청장 박겸수)는 4.19혁명의 세계화운동의 일환으로 학술대회를 여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정순 회장은 4.19혁명 ‘영혼 부부’가 4.19혁명 묘지 아이콘으로 하여 4.19혁명이 날이 갈수록 더 국민의 가슴을 파고드는 영원한 민주주의 상징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하였다.

김경수 기자  webmaster@k-today.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