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A모씨는 의료기기 판매장을 찾았다가 직원에게 DNA 검사를 권유받았다. DNA 검사로 결핍된 체내 성분을 알아내 이에 맞는 건강식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검사를 받고 마그네슘이 부족하다는 직원의 말에 건강식품을 구입하여 두 달간 섭취하였으나, 결국 마그네슘 과다로 해당 건강식품 복용 중단 처방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게 됐다.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표방식품을 포함한 ‘건강식품’을 둘러싸고 소비자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경우 지난 2012년 기준 총생산액이 1조4091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생산업에 수만 400여 개에 이른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데다 만성질환이 늘자 평소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욕구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판매수익만을 노린, 허위 과대광고부터 자칫 각종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이 속출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건강식품관련 소비자위해정보는 올들어 1~3에만 179건으로 집계됐다. 2010년 451건, 2011년 772건, 2012년 693건, 지난해 627 건 등 6년간 2722건에 달한다.

주로 다이어트식품, 홍삼제품, 솔잎이나 마늘 등의 식물추출물발효제품, 인산제품, 프로폴리스나 영양보충용제품, 태반, 알로에 제품으로 인한 위해정보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부작용의 증상별로는 '설사, 구토, 복통, 위경련, 간기능 장애'등 소화기 계통 부작용이 총 227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였으며, 다음으로 '두드러기, 가려움증, 발진, 탈모, 알레르기' 등 피부계통 부작용이 150건, '어지러움, 두통, 현기증, 저림, 마비, 손발떨림, 안면떨림'등이 12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피해자들은 건강 증진에 관심이 많은 50~60대 이후 연령층이 많았다. 구입한 경로는 방문판매. 홈쇼핑이나 케이블 TV, 인터넷 광고나 쇼핑몰, 길거리, 관광지, 매장 등이었다.

혼란 부추기는 자극적인 광대광고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보면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주(가공 포함)한 식품으로, 식품의 약품안전처에서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로 만들어야 한다. 또 기능성표방식품은 건강식품은 아니지만 건강증진효과를 표방해 판매되는 일반식품으로 농산물, 일반가공식품, 축산물가공식품이 해당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처럼 질병의 직접 치료나 예방을 하는 게 아니며 허위·과대·비방의 표시·광고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식품인데도 의약품인 것처럼 혼동케 하거나 체중 감량 효과를 확대해 광고하고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후기, 체험담을 통해 과장 간접광고를 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효능이 불분명한데도 ‘부작용이 전혀 없다’, ‘피로감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온몸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난다’ 등 소비자들을 현혹하거나 의약품으로 혼동하게 할 만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A사의 경우 ‘제품을 복용하면 확실한 효과로 잃어버린 남성력을 되찾을 수 있다’, ‘숙면을 하게 되고 입맛도 돌아와서 힘이 생기게 된다’는 자극적인 문구사용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과대 광고에 현혹돼 의사 등 전문가의 조언 없이 제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했다가는 낭패를 보기십상이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결과를 보면 칼슘보조제를 복용한 후 어리럼증과 불면증 가슴 두근거림의 부작용을 겪었거나 건강식품을 복용한 후 설사와 복통 등을 겪었다는 호소가 적지 않게 발생되고 있다.

한 소비자는 당뇨, 혈압 등 성인병을 치료하던 중 노상에서 산 건강식품을 복용했다가 숨진 사고도 발생했다. 2012년 말에 소비자원이 2011년에 들어온 건강식품 소비자 위해정보를 분석한 결과, 716건의 부작용 사례 가운데 위·장관 장애가 310건으로 가장 많았고, 피부질환 118건, 뇌신경계 장애 101건, 간·신장·비뇨기계 장애 26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충동구매 피해 사례 많아

다단계 방식이나 방문판매, TV 광고 등을 접한 후 충동구매를 했다가 비싼 가격 때문에 청약 철회 기간 경과, 포장 훼손, 개봉 등을 이유로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곤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B씨는 판매사원이 전화를 걸어와 건강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 머리·무릎·눈이 항상 아프다고 했더니 1주일만 건강식품을 먹으면 틀림없이 효과가 있고 효과가 없으면 100% 환불을 해준다고 했다. 이에 B씨는 신용카드 할부로 27만원을 결제하고 1주일을 복용했다. 그러나 효과가 없어 사업자에게 연락하니 ‘15일 정도는 복용해야 한다’더니, 나중에는 ‘1개월은 복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해 반품을 요구하니 청약철회기간이 지났다면서 거부했다.

소비자 C씨는 홍보관에서 판매원으로부터 말기암·당뇨병·관절염 등 중증 환자도 건강식품을 3~4개월 정도 복용하면 완치된다는 말을 듣고 550만원어치를 구입해 3개월 정도 복용했다. 그러나 복용 후 혈압이 상승하고 목과 손 및 허벅지에 종기가 생기고 얼굴이 붓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판매원에게 말했더니 호전반응이라며 계속 복용을 권유해 6개월을 더 복용한 결과 부작용이 더 심해져 환급을 요구했으나 65만원만 환급해 주겠다고 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그 자체로 특정 효과가 100% 나타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거나 개선해주는 수준인데 판매자가 이를 확대·과장해 광고하면 약처럼 믿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회장은 “업체들이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장성이나 소비자의 오인 여지를 줄이고 먹는 방법 등 상품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면서 “소비자들도 제품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무분별하게 섭취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권훙현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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