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은 짧고도 길다. 평탄하다가도 때론 가파르기도 한다. 기어다니다 걸음마를 하고 두발로 걷기를 수십년.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수많은 만남을 갖는다. 그냥 못본 척 스쳐가기도 하고 함께 가기도 한다. 이어졌다 끊어지기도 하고 끊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 우린 그걸 ‘인연’이라고도 한다.

양평 두물머리의 아침.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하나로 몸을 섞는 곳. 그곳에서 난 ‘만남’과 ‘인연’을 생각한다. 부부, 가족, 그리고 친구와 선후배들. 그들은 내게 하나같이 소중하다. 내가 웃을 때 함께 웃고 내가 아플 때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개별적으로는 ‘너와 나’의 사이. 내가 있으니 네가 있고 네가 있으니 나도 있다. 내가 네게로 다가가고 네가 내게로 와서 꽃으로 핀다.

느티나무 아래 젊은 두 남녀가 산책하고 있다. 둘은 말이 없다. 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 길은 외길, 그들은 나란히 걷고 있다. 함께 가는 듯 보이지만 따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행선은 만나지않는다. 두 선은 각자의 길일 뿐이다. 서로 마주 봐야 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부딪쳐서 하나가 되듯 서로 부딪쳐야 한다. 몸으로 부딪치고 눈빛으로 부딪치고 마음이 섞여 하나가 되어야 한다.

물빛이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영롱한 보석 같은 아침이다. 연꽃잎이 파르르 떨고 철새들도 기지개를 편다. 새롭게 시작되는 또 하루. 오늘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어디 쯤에서 우리의 물길이 갈라지고 어디에서 또 다시 만날 것인가.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화가 김환기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의 제목이 되기도 한 그 시. 김환기 화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수많은 인연들을 하나하나의 점으로 새겨 넣었다고 한다. 그 많은 별들 중 하나가 내게로 와서 나의 별이 된다. 우린 그렇게 만난다

저녁에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임윤식 기자  k-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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