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깨지기 힘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국내 유일의 6선 단체장이라는 타이틀, 또 하나는 전국 시도지사 평가에서 17차례나 1위를 차지한 것. 김 도지사가 지방자치의 산 역사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도지사의 최대 강점은 위기관리능력과 돌파력이다. 방향이 맞다는 판단이 서면 소신을 가지고 ‘들이댄다’고 해서 애칭도 ‘DRD’다. 도청이전은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원칙과 기본에 입각해 과감하게 밀어붙인 김 도지사의 결단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리더십의 대표적인 예다.

김 도지사로부터 경북의 미래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지사님께서는 전국 시도지사 평가에서 17차례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도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데 이처럼 꾸준한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어려움과 시련이 있었지만 오직 도민만 바라보고 일로 승부해 왔습니다. 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고 보고 어려울 때나 기쁠 때나 한 순간도 도민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면 좌고우면하지도, 조금도 주저하지도 않고 치고 나갔다.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풀면서 항상 진정성을 가지고 도민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고 잘못하면 솔직하게 용서도 구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좋은 평가를 내려주신 것 같다. 긴장해서 실적으로 보답하겠다.

-3선 경북지사를 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정책과 성과를 평가해 달라.

일자리와 투자유치는 10년 동안 늘 도정의 중심에 있었다. 2006년 취임과 동시에‘일자리, 일자리, 일자리’를 도청정문에 내걸고 투자유치를 통한 일자리 선순환 구조 만들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다. 한때는 도청 직원들의 건배 구호가 ‘일자리, 맹글자’였다.

그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경북의 일자리 사정은 다른 지역보다는 나은 편이다. 올해에는‘일취월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여성일자리사관학교도 출범시켰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일자리에도 집중했다. 이를 위해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하고, 최근에는 사회적경제과도 만들었다.

투자유치의 성적표도 우수하다. 10년간 47조원을 유치했다. 이 중에는 LG디스플페이 7조 2천200억 원 등 조단위 유치실적도 상당수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에는 10년 동안 7차례나 도단위 전국 1위를 차지했다.

-9.12 경주지진이 일어난 지 두 달 정도 되었다. 현재 피해 복구는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특히 지진 이후 불황에 빠진 경주관광 활성화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알고 싶다.

9.12 지진으로 총 5천252건 파손에 102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9월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됨에 따라 국비지원 확대의 길이 열리고 전국에서 성금이 모아지고 기와 7만7천장이 기증되는 등 지원이 이어졌다.

전통한옥이 많은 경주의 특성상 복구속도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사유시설은 절반 이상 복구가 이루어졌지만 공공시설은 다소 시간이 걸려 내년 6월쯤이 되어야 복구가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으로 국민 모두가 놀랐지만 특히 경주시민들은 계속되는 여진으로 아직도 불안을 호소할 정도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분들이 많다 .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경주가 다시 활기를 찾는 것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려야 할 관광철이지만 경주는 관광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학여행은 90%가 예약을 취소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주시와 함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안전처에서도 숙박시설과 유원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완료했고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 아름다운 천년고도 경주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안심하고 경주를 찾아주시기 바란다.

-전국 유일의 6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20년을 지방자치 현장에서 일한 경험에 의하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출발부터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밑으로부터 투쟁 과정이 없이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앙은 지방을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지방은 지방대로 절박감이 부족한 상태다.

그 결과 내 고장 일꾼을 스스로 뽑는 틀은 마련되었지만. 실직적인 내용을 보면 재정은 2할 자치, 사무는 3할 자치에 머물러 있다. 계절이 바뀌어 여름이 되었는데도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무엇보다 3대 아젠다인 분권, 재정, 균형을 함께 풀어내야 한다. 자치조직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고 지방재정 확충과 재정자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국세에 대한 지방세 비율을 높이고 복지 등 국가사업은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균형발전도 절박하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갈수록 심회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 규제완화를 논의하기 전에 획기적인 지방발전대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삼국유사 목판본을 복각하고 신라사를 편찬한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은 혼이 없고, 혼이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작은 위기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 때문이다. 도지사 취임 이후 화랑, 선비, 호국, 근대화의 새마을정신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 경북의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가슴이 뛰었고 그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 왔다. 현실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성찰하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민족혼을 일깨우고 대한민국의 격을 높인다는 각오로 추진하는 사업이 여럿이다. 그 중에 삼국유사 목판본 복각이 있다. 삼국유사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닌 민족의식의 원형이자 자주적 사관의 곳간과도 같다. 안타깝게도 삼국유사의 목판 원형은 소실된 지 오래고 지금은 인쇄본만 전해질 뿐이다. 그 인쇄본을 토대로 목판 원형을 복각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신라사대계 편찬이다. 천년왕국 신라는 민족사의 근간이자 전통문화의 뿌리다. 고려사도 있고 조선사도 있지만 신라는 종합적으로 정리한 사료가 없다. 그래서 2011년부터 전공자 136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하는 신라사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민족의 긍지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인 작업이 거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내년에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찌민엑스포는 어떤 취지의 사업인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 브랜드다. 문화수출로 기록된 해외 개최도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이어 2013년 터키 이스탄불까지 두 번 열렸다. 내년 11월에 열리는 베트남 호찌민엑스포는 세 번째 문화수출인 셈이다. 기획공연, 전시, 학술행사 등 30여개 행사를 통해 한국의 문화와 경제를 베트남 사회에 알리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호찌민 엑스포는 경상북도의 또 다른 회심작이라 할 수 있는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연결된다. 고대 동서양 문물이 오갔던 실크로드를 통해 우리 민족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게 목표다. 이스탄불엑스포를 통해 실크로드를 경북 경주로 확장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베트남은 우리와 같은 유교 문화권이고 분단의 역사도 공유한다. 베트남 여성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다문화가정이 전국적으로 5만9천 가구에 이를 정도다. 특히 양국은 지난해 12월 한국과 베트남 간 FTA가 발효되었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4천600여 개에 이른다.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사업 여건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 경제엑스포로 추진할 것이다.

-지난 10월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아프리카 세네갈을 방문하여 새마을 시범마을 현장 평가회, 새마을 포럼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는데 새마을운동 세계화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세네갈은 새마을운동세계화의 아프리카 거점국가다. 지난해 세네갈 돔보알라르바 마을에 영농시범단지를 조성하고 1년 동안 농업전문가 파견, 기술 전수, 농기계와 농자재 지원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쌀 생산량이 무려 2.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운동 세계화는 이처럼 빈곤퇴치 운동이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전수하여 가난극복에 대한 의지를 키워주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 시작했으니 이제 10년이 넘는다. 그동안 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로 확대되었다.

현재 15개국에서 42개의 시범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연수를 받고 간 사람도 88개국에서 4천500여 명이 넘는다. 대학생새마을봉사단, 새마을리더봉사단도 해외 현지로 파견되어 봉사하고 있다. 대륙별 전초기지가 될 거점센터도 현재 4개국에 구축되어 있다.

국제사회도 새마을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UN에서 2030지속가능개발의제 실천과제로 채택하였으며 올해 경주에서 열린 UN NGO 컨퍼런스의 특별세션으로 열리기도 했다. 우리 스스로의 내부역량을 키우고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하여 새마을운동을 국제빈곤퇴치 모델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경북도청 청사가 올해 안동․예천으로 이전했다. 전통한옥으로 지어져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청사 소개 좀 해 달라.

올 한해만 50여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2천여 명이 넘을 정도로 새로운 명소로 우뚝 선 것이다. 단체관람객이 많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도 많다. 매우 이례적인 일로 공공청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청사를 건립하면서 단순한 청사가 아니라 경북의 문화와 정체성, 시대적 가치를 구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전통 건축물의 비례와 균형, 웅장한 기와지붕의 자태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담장이 없는 청사, 병산서원 만대루를 본 딴 81m 길이의 회랑도 눈길을 끈다.

청사 내에도 다양한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그 중에서도 박대성 화백의 수묵화 ‘불국사 전경’과 한양대 장순각 교수의 선비의 붓(높이 17.5m, 무게 2.5t)이 최고 인기다.

앞으로 도청과 5분 거리에 있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을 비롯해 세계기록유산인 유교책판, 도산서원 등 인근의 문화유산들과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코스로 개발해 나갈 것이다.

-도청이전과 함께 경상북도에서는 ‘한반도 허리경제권’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한반도 허리경제권’의 의미와 구체적 추진계획은?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내려오고 경북도청은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신도시 일대로 올라왔다. 한반도 허리경제권은 북위 36도에서 만난 두 도시를 연결하여 국토의 허리에 새로운 동서발전축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남북 중심의 국토발전 전략에서 동서 중심의 발전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동서로 환동해와 환서해를 연결하고 남북으로 수도권과 남부권을 연결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 실현을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한반도 허리경제권의 핵심은 세종시와 도청 신도시 107km 구간을 잇는 고속도로의 조속한 건설이다. 동서횡단 고속철도 및 지방공항 하늘길도 활성화 할 계획이다. 중앙선복선전철화가 마무리되면 안동에서 청량리까지도 1시간대로 가까워진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6월 경북도를 비롯해 대전, 세종, 충남ㆍ북, 강원, 전북 등 중부권 7개 시ㆍ도가 참여하는 정책협의체가 출범했다.

-한국사회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가장 시급한 것은 양극화 해소다.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개발중심의 압축 성장을 추진해 왔고 그 결과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경제의 파이는 커지기는 했지만 불균형은 더 심해졌다. 중산층은 몰락하고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되고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도 커져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최근 들어 불거지고 있는 갖가지 혼란과 갈등도 그 이면을 보면 양극화가 있다.

소득 3만 달러의 문턱을 몇 년 째 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는 것도 양극화에 따른 추진동력 상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다 한국사회에서 희망의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이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 하면 나라는 더 위태로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념과 노선을 넘어 양극화 극복에 국력을 집결해야 한다. 구조적이고 오래된 문제인 만큼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접근해서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민 여러분께 한 말씀.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삶의 현장을 지켜 주시고 도청이전의 역사적인 과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도록 도와주신 여러분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신도청시대, 뜨거운 용광로가 쇠를 녹여 선철을 만들듯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경북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도민의 뜻을 하늘 같이 받들고 현장을 지키면서 함께 가는 경북을 만들겠습니다. 새로운 꿈을 향한 경북의 대장정에 적극 동참해 주시고 많이 도와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조순동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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