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관계 어수선하다.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 한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고위급 북한이탈주민의 증가, 한국 사드배치 결정으로 인한 국론 분열과 국제공조의 균열 가능성 등 한반도는 먹구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22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주재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삶은 도외시한 채 지속적인 공포통치로 주민들을 억압하고 있어서 최근에는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민감한 시기에 ‘북한붕괴론’의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붕괴론’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북한 내부 정세가 불안정할 때마다 국내외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1990년대 사회주의 붕괴와 독일 통일 그리고 가뭄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사회주의체제의 핵심인 배급제가 무너졌고 경제난으로 생계유지하기 힘든 상황에서 기근으로 최대 1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자 “북한은 5년 안에 망할 것”이라는 믿음과 인식이 형성되어 갔다. 그러나 북한은 붕괴되지 않았다.

2011년 김정일 시망이후 잠잠했던 ‘북한붕괴론’은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사회주의권 붕괴와 경제난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선군정치’를 내세워 북한정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이후 권력의 3대 세습을 통해 집권한 김정은에게 북한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따라서 ‘체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으로 인한 북한 붕괴’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국과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오래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는 여론이 국내외적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 전 부편집장 정치평론가 덩위원은 최근 한국에서 한 강연에서 “만약 평양(북한)이 유엔의 제재 하에서 타협하지 않고 해결 방식을 찾는다면 조선(북한)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하와이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내부 불안정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붕괴될 수 있다”며 앞으로 2-3년 내에 북한이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빈번한 ‘북한 붕괴설’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쉽게 붕괴되지 않으며, 급변사태가 없는 한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 김정은은 군과 정부, 당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잦은 간부 교체나 조직,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정권 붕괴로 이어질만한 불안정성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이 불안정적인 체제이지만 김일성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북한만의 특수성을 근거로 북한 붕괴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북한 전문가는 “언젠가는 남북이 통일이 되겠지만, 당장 북한 붕괴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다만 김정은 체제의 불가측성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북한 붕괴론’에 대한 가능성 찬반 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 붕괴에 따라오는 국민적․국가적 혼란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준비되고 현실적인 ‘북한붕괴 시나리오’를 공론화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국론 분열의 원인을 제공하는 ‘북한붕괴론’의 공론화는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통일에 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북한 붕괴론’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여 국론 분열이 아닌 국민통합의 측면을 고려하면서 심사숙고한 공론화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론화’의 중심에는 한반도 통일의 파수꾼인 국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자형 (한백통일재단 이사장, 본지 북한전문기자)  webmaster@k-today.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