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부엉 춥다 고서 우는데 우리들은 할머니 곁에 모두 옹기종이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듣지요.” ‘겨울밤’이라는 동요 가사다. 가만히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읊조리다 보면 정말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부엉부엉’하면서 귀염 떠는 아기 부엉이를 친구 삼고 싶기도 하다. 필자는 최근 떠났던 속초 여행에서 우연히 ‘부엉이 전시관’에 가게 되었다.

동그랗게 부릅뜬 눈, 쫑긋한 귀, 귀여운 듯 카리스마 있고, 야행성이며 뭔가 비밀을 간직한 것 같기도 한 새 부엉이. 실제로 해외에서 부엉이는 ‘지혜의 새’로 불리고 있고 누구나 잘 아는 J. K. 롤링의 소설이자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시리즈에도 동물 친구 부엉이가 나오며 마법사의 퍼밀리어(Familiar)나 마법사 그 자체로 상징되기도 한다.

나도 왠지 부엉이 인형이나 문양을 보면 덜컥 반가웠었다. 그런데 ‘부엉이’에 반해서 수집가가 되고, ‘부엉이 전시관’을 만들고 ‘부엉이 작가’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속초에 있는 ‘부엉이 전시관’의 정희옥 관장.

정 관장은 우연히 TV에서 본 ‘수리부엉이’의 힘 있는 눈을 보고 부엉이를 좋아하게 되었고, 부엉이 수집가에서 지금은 퀼트 작가로 변신, ‘부엉이 전시관’을 열고, 부엉이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하 정관장과의 대담을 정리해 보았다.

비상

‘지혜’와 ‘부’를 상징하는 부엉이, 각 나라별 유래와 속담, 생태적 특성은?

부엉이의 부엉부엉 울음소리가 “부흥부흥”과 유사하게 들린다고 해서 강원도에서는 부엉이를 “부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엉이는 사냥을 나가면 뭐든지 잡아다 쌓아 놓는 습성이 있어 예부터 ‘부엉이 둥지에는 없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어서 행운을 얻은 사람을 일컬어 “부엉이 집을 건드렸느냐?” 또는 “부엉이 곳간, 부엉이살림 같다”라고 하기도 한다. 일본어로는 부엉이가 ‘후쿠로우’인데 이는 복이 온다는 ‘후쿠로우’랑 같은 발음으로 부엉이가 복이 들어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중국에서는 낮에는 사람이 돈을 벌어오고 밤에는 그 돈을 부엉이가 지켜준다는 속담이 있어 부자가 되게 해주는 길조로 여기고 있다.

유럽에서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 어깨에 올빼미가 있는 것으로 유명해, 올빼미는 지혜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소중하게 취급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부와 행운의 여신인 ‘락슈미 여신’이 타고 다니는 새가 바로 부엉이다.

불교에서는 부엉이가 어둠에 있는 중생을 빛으로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한다.

수리부엉이 & 솔부엉이, 부엉이 vs 올빼미

‘수리부엉이’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의 맹금류이다. 몸길이 70cm로 부엉이 중에서 제일 사납고, 몸이 크다.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경희대학교 생물학과)에 따르면, 나무 구멍 집 속에 꿩, 토끼 등의 먹이들을 저장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부자 새’로 불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멸종 위기 종 2급·천연기념물 324-2호로 지정하고 있다.

‘솔부엉이’는 올빼미목 올빼미과의 여름철새이다. 유일하게 귀가 뾰족하지 않은 부엉이이다. 먹이는 곤충이며, 박쥐도 잡아먹는다. 천연기념물 제324-3호이다.

일반적으로 올빼미는 귀처럼 생긴 깃이 없는 것을 일컫고, 부엉이는 귀처럼 생긴 큰 깃이 있다.

부엉이를 수집한 계기는?

정희옥 관장은 우연히 TV에서 보게 된 ‘수리부엉이’의 힘 있는 눈빛에 매료되어 부엉이를 좋아하고 수집을 시작했다.

여행을 하거나 부엉이가 있다는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고 고미술 상가, 벼룩시장, 경매시장, 사찰 주변, 지인에게 부탁, 선물 등등으로 수집을 했다. 서울 삼청동에는 2003년에 개관한 ‘부엉이 박물관’이 있다. ‘부엉이 전시관’의 정 관장은 그간 모은 수집품과 직접 만든 작품들 3천여 점으로 지난 4월, ‘해피아울하우스’로 꾸며서 개관했다.

패밀리

대표적 애장품이 있다면?

<패밀리>

쇼나 조각으로 삶에 지친 다섯 가족을 보듬어 주는 올빼미를 보는 순간 너무 애처로워 보여 이 올빼미는 내가 꼭 끌어안아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받은 올빼미라 특히 애착이 간다.

<시간을 물고 있는 부엉이>

영국의 포토벨론 엔티크 숍에서 시계를 물고 있는 오래된 부엉이를 보고 마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엉이가 품어온 시간만큼 가격이 만만하지 않아 일주일 내내 고심 끝에 출국 전 데려오게 된 부엉이다. 이 부엉이는 내게 부엉이의 과거 시간과 현재 나의 시간과 그리고 이 부엉이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미래의 시간을 이어주는 부엉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부엉이 관련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패브릭 디자이너이자 ‘퀼터’로서 작품을 하고 있을 때, 우연히 TV에서 보게 된 부엉이 눈빛에 반하게 되었고, 작업하던 퀼트 작품에 원래 꽃이 들어갈 자리에 매료된 부엉이를 넣으면서 부엉이를 작품으로 만들기 시작하게 되었다.

1,111 마리 부엉이

정 관장님의 대표적 작품 몇 가지 소개해준다면?

<1,111 마리 부엉이>

2011년도에 제주로 이사를 했다. 이사 후 4일째 되던 날부터 매일 부엉이를 만들었다. 세 마리, 다섯 마리, 일곱 마리… 열한 마리… 백십일 마리에 의미를 두고 만들다가 이사 온 2011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2011년 11월 11일에 맞춰 1,111마리 부엉이를 만들었다.

1,111 마리 부엉이는 모두 얼굴이 서로 다르고 표정도 모두 다르다. 1,111 마리 부엉이는 인간의 희·노·애·락의 모습을 담고 있다.

<비상>

부엉이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함께하며, 자식도 함께 헌신적으로 보살핀다. 힘차게 날아오르는 부엉이 부부를 표현하고 보는 사람에게 힘찬 에너지를 전해 주는 작품이다.

정희옥 관장은 부엉이와 인연을 맺고 난 이후의 삶의 변화가 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점 두 점 수집하는 즐거움이 있었고 어느 정도 수집 후에는 목표가 생겼다. 더 많이 모으니 꿈이 생기고, 꿈을 이루기 위한 열정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의 부엉이 전시관, ‘해피아울하우스’를 짓게 된 것. 정희옥 관장은 부엉이를 만나서 목표와 꿈과 열정을 갖게 되어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고 한다.

시간을 물고 있는 부엉이

속초에 '부엉이 전시관'을 열게 된 계기는?

속초는 아름다운 설악산도 있고, 시원한 바다도 있는 멋진 도시다.

처음 남편 직장 때문에 속초에 올 때는 2년 정도 살 생각으로 왔는데 어느 날 수리부엉이를 만나게 되었다. 설악산에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니 속초가 우리 부엉이들이 정착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울산바위 바로 아래에 울산바위를 날던 수리부엉이가 내려앉는 형상으로 부엉이 전시관을 짓게 되었다.

정희옥 관장의 다음 목표이자 앞으로의 계획은 학교가 없어 꿈을 키우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부엉이 전시관’ ‘해피아울하우스’는 어린이에게는 꿈을, 어른에게는 잃어버린 꿈과 열정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조금씩 ‘꿈’이 퇴색되어가고 ‘열정’마저 잊혀갈 때 ‘부엉이 전시관’에 들러보면 어떨까? “부엉이처럼 지혜롭고, 부자 되세요~!” 정희옥 관장의 말처럼, 이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 부엉이전시관 ‘해피아울하우스’ 주소 : 강원도 속초시 바람꽃 마을길 118

    전화번호 : 033)638-8475

김영주 방송작가  webmaster@k-today.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