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의제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5.18 기념곡으로 지정해 제창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찬반은 있지만 5.18행사 정신이 국민을 통합해야하는 것”이라며 “국론 분열로 이어지면 문제가 있으니 국가보훈처에 지시해서 좋은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계엄군에 피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씨와 1979년 숨진 노동운동가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 당시 노래극에서 시작된 노래다. 신랑 윤상원군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대변인 역할을 하다가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총에 맞아 우리 곁을 떠났다. 신부 박기순양은 1978년 들불야학을 창설해 배움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에게 힘이 돼줬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윤상원, 박기순 부부의 백년가약을 축하하며 부른 노래다.

백기완 선생이 80년 서대문구치소에서 쓴 옥중 장편시 ‘묏비나리-젊은 남녂의 충꾼에게 띄우는’의 일부를 작가 황석영씨가 가사로바꿨고 전남대 김종률씨가 곡을 붙였다. 이 영혼결혼식을 시작으로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됐다. 5.18의 의미를 일깨우는 노래로 자리잡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정부행사에서 제창됐다.

해외 각국의 노동자들에게도 퍼졌다. 홍콩,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노동운동 현장에서 각국 노동자가 자신의 나라 말로 부르는 노래가 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공연단 합장으로 대체됐고 공식 식순에서도 빠졌다. 보수 진보의 이념적 대립이 커진 가운데 ‘북한 영화 배경음악’이라는 등의 시비에 걸린 것이다.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면서 2013년부터는 기념행사마저 정부 주도 행사와 유가족, 시민단체 기념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국회가 2013년 공식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지만 보훈처는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보훈처는 ‘법령 등에 근거가 없다’며 별도 기념곡 공모를 추진하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시민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문화유산이요, 역사다. 이 노래에 이념적 잣대를 대거나 ‘종북’논란의 소재로 삼는 건 민주화정신을 욕보이는 것 아닌가.

지난 4.13총선에서 나타났듯 통합과 협치(協治)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정부는 공식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통해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야 한다. 그것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민주화에 헌신했던 이들에 대한 예의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5·18 민주화운동 보다 정확히 20년 앞선 1960년 4.19 혁명 당시 산화한 한 김태년, 서현무 영혼부부 이야기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5·18 민주화운동의 영혼부부 이 노래가 최근 정국의 뇌관이 되어 가고 있는 한편, 4.19영혼 부부 이야기는 40여 년간 한 동문의 끊임없는 노력과 한 문학 동호인들이 지킴이로 나서 점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그들의 모교인 중앙대학교와 총동문회에서 100년 역사를 걸어온 의와 참의 중앙인으로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어 이 사실이 중앙대는 물론 4.19혁명 상징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4.19국립묘지에는 두 명의 합장한 묘가 하나 있다. 4.19혁명 당시 숨진 중앙대 김태년(남. 당시 23세 약학과3년)군과 서현무(여, 당시 22세, 법학과 2년) 김군은 1960년 4월 19일 서울 세종로 치안국 무기고 앞에서 3.15부정선거 규탄시위 상황을 녹음하다 경찰의 발포로 목숨을 잃었다.

서양은 내무부 앞(현 을지로 입구) 앞에서 중대 교훈 ‘의에 죽고, 참에 살자’ 라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다가 현장에서 쓰러졌고, 경찰에 끌려가 모진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두 달 여만인 7월 2일 병상에서 사망했다.

양가 부모는 젊음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진 두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1960년 11월 11일 조계사에서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이들을 충북 음성의 한 산에 합장했다.

그로부터 33년이 흐른 1993년 정부는 수유동 국립묘지로 승격시키면서 두 열사의 묘도 4.19묘지로 이장했다. 하지만 사후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각각 99번과 49번 묘지로 20m가량 떨어져 묻히게 됐다. 더불어 서 양의 비문도 잘못 적히게 됐다.

4.19혁명에 앞장 섰던 중앙대 동문 김정일 씨는 이 사실을 알게 돼 수년 간 국가보훈처 등을 찾아 다니며 이 부부가 애초대로 합장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결국 1995년 11월 9일 정부는 이들을 다시 한 곳에 묻어줬다. 김 씨는 합장을 하면서 ‘서 양이 총상으로 숨졌다’는 잘못된 비문도 바로잡았다.

김 씨는 서 양의 유일한 피붙이었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셨으니 이제 세상에 ‘서현무’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애달픔이 더하다고 했다.

이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2014년 묘역 입구에 커다란 화강암으로 묘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석이 설치됐는데, 이번에는 합장이 되면서 남편인 김태년의 이름만이 새겨져 있었다.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더니 같은 자리에 김태년과 부인인 서현무의 이름을 검은색 스티커로 붙였다. 못마땅하여 계속 민원을 넣었으나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동지들이 묘지에 묻혀 있는 한 김 씨에게는 4.19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평생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절에 함께 목숨을 걸고 거리에 나섰던 동지로서 영혼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도리를 다할 뿐’이라고 했다.

올해부터는 함께 글을 쓰며 의미를 나누는 모임인 사호선 문학동호인과 자주 4.19묘역 찾고 있다. 김 씨의 노력에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각각 이 문제에 대해 언론에 독자 투고를 했다. 김경희(수유동) 씨는 ‘4.19영혼 부부 울고 있다’, 류연경(쌍문동) 씨는 ‘4.19영혼부부 바람되어’, 임정순(번동)씨는 ‘4.19영혼 부부 4.19꽃으로 되다’라는 글을 써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중앙대학교도 4.19영혼 부부의 이야기를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렸다. 그 결과 올해 조선일보에 국립 묘지 합장묘의 사연이 대서특필 됐다.

이후 동창회보 1면에 ‘100년 역사를 걸어온 의와 참의 중앙인’이라는 제목으로 영혼부부 김태년, 서현무를 포함해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 바친 6인의 동문열사를 대서특별로 다뤘고, 2면에는 지난해 4월 17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55년간 돌봐온 4.19 산화의 넋 김정일(정외 58)- 동문’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달 22일 중앙대학교동창회는 ‘중앙인 하나되기 등산대회’에 4.19에 목숨을 바친 중앙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애도를 보이는 김정일 동문과 사호선문학동우회 3명을 특별 초청해 감사함을 전했다.

4.19꽃

                                                      민조시인 임정순

하늘꽃

영원하리

그대들의

넋

민주의 꽃피다

임정순 사호선문학동우회 회장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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