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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복식 여행 작가『문화유산 현장에서 배우는 경복궁 천자문』을 통해 아름다운 경복궁 시간여행
박관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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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8  11: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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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懸板)과 주련(柱聯) 속 한자 배우는 재미 쏠쏠

20여 년 동안 문화재청에서 근무하며 자연스럽게 터득한 문화재에 대한 남다른 관찰력으로 특이한 책을 펴낸 주인공이 있어 만나 봤다. 이 화제의 인물은 현재 덕수궁에서 근무하는 주복식 여행 작가이다.

여기서 굳이 주 씨를 ‘여행 작가’라고 칭한 이유는 그와 이야기하며 덕수궁을 한 바퀴 돌면서 그런 느낌이 금세 와 닿았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반드시 국내외 여행지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먹고, 쓰고, 즐기는 것이 다는 아니다. 고궁의 뜰을 거닐며 이곳에서 살았던 조선 왕조의 영혼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또한 일종의 시간 여행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최근 주복식 작가가 쓴 『문화유산 현장에서 배우는 경복궁 천자문』은 훌륭한 여행 책이다. 게다가 우리가 겉으로만 보았던 경복궁의 겉모습만이 아닌 현판(懸板)과 주련(柱聯) 속의 한자를 함께 배울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또한 저자가 직접 찍은 책 속의 경복궁 풍경은 프로 사진작가가 울고 갈 정도의 실력이다.

“할아버지가 잘못한 것은 굳이 유치원 때 가르쳐주지 않아도 됩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습니까? 자랑스러운 것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나쁜 것만 가르치다 보니 할아버지가 존경스럽지 않게 보이는 겁니다. 부족한 할아버지라도 나라가, 가족이 잘사는 길을 택해 지금까지 잘 살아오지 않았는가요?”

주복식 작가는 ‘경복궁 천자문’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좀은 엉뚱한 우문(愚問)의 형식으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이름이 특이하게 보인다. 물론 ‘옷과 장신구를 아울러 이르는 복식(服飾)’을 뜻하는 이름은 아니지만, 아무튼 왕이 머물렀던 궁과 어울리는 것은 부득불 동질적인 우연의 일치(?)이다.

그는 “고종 때 무리하게 중건한 법궁인 경복궁이 지금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력에 맞게 대접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치 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국민은 물론 외국인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복궁은 조선 초기 1394년 태조 3년에 완공됐다. 경복궁을 이해하려면 궁궐을 조성할 때의 사상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건물의 이름은 성리학과 도교, 불교, 전통사상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경복궁 중건 때 사대문의 현판 글씨를 무관들이 쓴 이유는 군대의 힘을 빌려 왕조의 안녕을 바란 뜻에서였다.

요컨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고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의 차이는 말하지 않아도 명백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이다.

“우리에게 신라 하면 첨성대와 불국사, 석굴암을 떠올리고 고려는 팔만대장경을 떠올립니다. 조선 하면 한글, 왕조실록, 거북선, 경복궁, 화성을 말하는데 과연 그에 맞는 대접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주 작가는 “이 책이 보다 성숙된 가치의 미래를 위한 역사와 자연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도서 발간의 동기를 밝혔다.

 

어려운 한자를 이해하기 쉽게 꾸며

『문화유산 현장에서 배우는 경복궁 천자문』은 한자로 익히는 경복궁 소개서이다. 크게 ‘경복궁 이해’와 ‘경복궁 현판으로 배우는 천자문’ 편으로 구성돼 있다.

첫 장 ‘경복궁 이해’에서는 경복궁의 건축·조경 특징, 궁중 생활, 궁내 12경 등과 재현행사 모습 등 사진을 실어 경복궁의 재발견 기회를 제공한다.

두 번째 장 ‘경복궁 현판으로 배우는 천자문’에서는 경복궁을 광화문‧근정전 등 총 12개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한자를 통해 천자문을 익히게 했다. 지리학적 설명과 저자의 현장 경험에 더해 관련 사진까지 담아 어려운 한자를 이해하기 쉽게 꾸몄다. 특히 현판을 통해 역사, 건축, 한자의 삼위일체로 배우게 엮은 것이 강점이다.

또한 한자로 조선 왕조 묘호(임금 이름)를 순서대로 알기 쉽게 도표화하고, 근정전의 십이지와 사방신을 사진으로 구성했으며, 해시계(앙부일기)로 24절기와 24방향을 구분하도록 시각 자료를 만든 것도 돋보인다.

주 작가는 이전에 그냥 지나쳤을 법한 경복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담아냈다. 가족이 함께 이 책을 들고 경복궁을 찾아와 건물과 현판을 보면 그동안 느끼지 못한 색다른 조선 궁전 여행을 할 것이다.

경복궁을 한 번 방문해 현판의 한자를 모두 이해하기는 무리이다. 답사하면서 궁궐에 배어 있는 사연과 뜻을 알면 자연스럽게 모든 한자가 실생활에 연결된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역사와 한자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셈이다. 경복궁 곳곳의 지명을 익히면서 궁궐에 담긴 역사까지 배우는 역사 여행이 쏠쏠하다.

주 작가는 “경복궁내 현판은 모두 한자로 씌어져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복궁의 한글과 한자, 그리고 건물과 현판 등의 연계성을 미리 배워 알고 다니면 이해가 훨씬 쉽다”며 “이 책은 역사와 한자를 막연히 어렵게 생각하는 편견을 깨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 시대적 상황과 현재의 여건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체이다”며 “문화재를 제대로 알려면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고, 그 속에 숨겨진 상징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글만 강조하면 성숙된 문화 만들 수 없어

지금까지 출판가에 나온 궁궐 이야기는 대부분 건축과 역사에 대한 설명들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지리학적 설명과 현장 경험을 추가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배운 탓이다.

특히 궁궐에서 사용된 글자는 고급 단어와 상징성을 가진 한자들이 많지만 알기 쉽게 썼다. 천박한 글자도 있는 그대로 묘사할 수 있었지만 정서순화에 도움이 되고, 한자의 즐거움을 느끼며 공부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구성한 것이 강점이다.

주 작가는 한자를 버리고 한글만 강조해서는 성숙된 문화를 만들 수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 문화는 한자와 조화가 돼야 비로소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에서 한류 바람이 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귀띔한다.

“조선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景福宮)은 큰 복을 받는 집으로 경사스런 모임(慶會樓)을 많이 하고 생각(思政殿)하면서 부지런하게 정치(勤政殿)를 하면 태평성세가 오래 가는 왕조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전각 이름을 지었습니다. 현장을 답사하면서 건물에 배어 있는 사연과 뜻을 알면 자연스럽게 한자의 글자가 기억나며 실생활에 연결될 것입니다.”

주 작가는 경복궁 건물의 현판에 많은 철학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광화문(光化門), 흥례문(興禮門), 근정전(勤政殿), 사정전(思政殿), 경회루(慶會樓), 강녕전(康寧殿), 교태전(交泰殿), 태원전(泰元殿), 건청궁(乾淸宮), 함화당(咸和堂), 자경전(慈慶殿), 동궁(東宮) 등 12개 지역으로 나눠 현판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 있다.

주복식 작가는 처음 이 책을 낼 때 주요 독자층을 초등학교 5~6학년으로 정했다고 한다.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들이 현장에서 한자를 익히고 건물과 역사를 배우면 효과가 크리라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막상 책을 보고 경복궁 현장을 다니다 보면 정작 이런 사실을 몰랐던 우리 기성세대가 더 절실한 독자층임을 새삼 느꼈다. 실제로 경회루 북쪽에 있는 하향정(荷香亭)이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이 지은 건물인 것을 처음 알고 느낀 감회가 그랬다.

“대한민국의 발전은 자랑스러운 역사의 조각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조각을 빚고 갈고 닦은 조상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그 빛나는 열정에 맞게 우리도 그 국격(國格)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펴냈습니다.”

주 작가는 책을 쓴 동기에 대해 “우리의 오랜 역사와 자랑스럽고 찬란한 문화를 내세워 발전 가능성이 충만한 나라임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복궁의 후원인 청와대를 무조건 떠나라고 할 것이 아니라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면서 상생적 가치 상승을 해야 합니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자연스럽게 개성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문화재를 제대로 알게 하려면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상징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줘 진정한 가치를 터득해야 합니다. 경복궁이 자금성의 뒷간만 하다는 촌스러운 이야기가 아닌 자연조화와 그리고 백성과의 소통, 노동의 희열을 배워야 합니다.”

주 작가의 시각과 관점은 일반인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고차원의 그것이었다. 문화재청에서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의 20여년 터득한 그만의 깊은 문화 철학이 엿보였다.

“국민소득 백 달러, 천 달러, 일만 달러, 오만 달러 시대에는 각각 그 시대에 맞게 문화는 변화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에 걸맞게 사회문화적 가치가 상승됩니다. 한자와 한글을 떼어놓고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서는 어떤 나라의 문자이든 우리의 것으로 수용하고 승화시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복식 작가는 보다 성숙된 문화적 가치와 미래를 위해 한자가 필요하다고 연이어 강조했다.

동국대학교 이혜은 교수는 “우리의 과거는 한자와 함께했다. 한자가 우리 문화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고, 우리 문화를 이끌어 나가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한글 전용세대가 되면서 한자는 우리에게 멀어져 갔고, 아주 쉬운 한자도 읽지 못하는 세대가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며 “그런 때에 맞춰 우리의 문화유산 현장에서 한자까지 배울 수 있는 삼위일체의 책이 나와 반갑다”고 추천의 말을 전했다.

주 작가는 이번 책에 이어 『창덕궁과 천자문』, 『정조와 창경궁 천자문』 등도 펴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저자는 천안에서 태어나 북일고, 육군3사, 동국대 교육대학원 졸업과 서울대 인문대 미래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 20여년을 문화재청에서 근무하며 현재는 덕수궁에 재직하고 있다.

박관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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