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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를 연출한 4.13 총선이 끝나자 정치권은 요동을 치고 뒷소리들이 무성하다. 정치 얘기라면 신물을 내며 불신에 젖어있는 세태 속에서 아직도 요순시대의 선비 ‘허유 소보’처럼 맑은 영혼의 울림을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4.19묘지를 찾아 오늘도 김춘수 시인의 ‘꽃’처럼 영혼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있는 김정일씨를 비롯한 김경희, 유연경, 임정순 등의 사호선(士昊先) 문학동호인들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아름다운 377위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수유리 4.19묘지에는 합장묘가 하나 있다. 4.19혁명 당시 중앙대 3학년이었던 김태년(약학과) 2학년 서현무(법학과)씨. 양가 부모는 피어보지도 못하고 진 두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1960년 11월 11일 영혼결혼식을 올려주고 충북 음성의 선영에 합장했다. 그로부터 33년이 흐른 1993년, 정부는 수유동 4.19묘지를 국립묘지로 승격시키면서 두 열사를 4.19묘지로 이장했지만 영혼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99번과 49번 묘지로 20m 가량 떨어져 묻히게 됐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정일(중앙대 58학번) 씨가 2년간 국가보훈처 등 관련기관을 동분서주하며 애쓴 결과 1995년 11월 합장이 이뤄졌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절에 함께 목숨을 걸고 거리로 나섰던 동지로서 영혼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도리를 다할 뿐”이라며 금년 사호선동호인들과 매년 함께 묘비를 찾고 있다.
이들은 표지석에 처음에는 김태년 한 사람 이름 위에 두 사람의 이름이 임시 땜질로 새겨진 것을 발견, 언론에 독자기고와 인터넷에 등에 ‘4.19 영혼부부 오늘도 울고있다’로 문제 제기를 한 김경희(수유동) 씨와 ‘4.19 영혼부부 바람되어’라는 시를 발표해 그들의 넋을 위로한 유연경(쌍문동) 씨, ‘4.19 꽃으로 되어’를 쓴 임정순(수유동) 씨의 글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마침 4.19 기념일을 맞아 묘역을 찾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들과 조우하고 그동안의 묵묵한 활동을 격려하기도 했다.
다음은 4.19혁명 56주년 해 “김태년․서현무 영혼부부가 4.19 성지 꽃”으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들의 글을 소개한다.
4․19혁명 영혼부부 오늘도 울고 있다
김경희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속에 그들의 피묻은 혼의 하소연 들릴 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에 되살아 피어난다. 서울 강북구 수유리 4.19국립묘지에 산책을 갔다. 묘소를 둘러보다가 멈춰 서보니 1묘역 B구역 앞이었다.
한 묘비에 김태년․ 서현무라는 이름과 사진이 함께 있어 눈길을 사로 잡았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얼굴들이었다. 피지도 못하고 가버린 그 청춘의 모습으로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들은 여기 묻혀 있었지만 실제 부모님의 가슴이 무덤이 아닌가 싶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이들은 누굴까. 묘역 입구에 설치된 표지석에 희생자 명단이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 둘의 이름은 ‘땜질’이 돼 두 명의 이름이 적혔다.
왜일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김태년과 서현무는 당시 같은 중앙대 약학과 3학년, 법학과 2학년 학생으로 함께 희생됐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뜻에 따라 1960년 11월11일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서현무양은 ‘의에 죽고 참에 살자’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대의 선두대열에서 앞장 섰다가 경찰에 끌려가 무자비한 폭행과 고문을 당하고 이틀만에 석방됐다.
행상하는 홀어머니에게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고통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친구의 손목시계를 잡히고 입원했던 병원에서 시름시름 앓다가 두 달 후 싸늘한 죽음을 맞이했다. 김태년군은 4월 19일 내무부 앞 시위 중 총상을 입고 중앙대 6명의 희생자 중 첫 사망자였다.
이렇게 숭고한 두 젊은 청춘의 죽음이 땜질돼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눈에 거슬렸다. 자꾸만 내 마음 한 켠을 슬프게 했다.
하늘에서 둘이 그 묘비명을 본다면, 그들의 영혼에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 눈물짓게 할 것이다. 이 역사의 성지를 관리하는 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하루 빨리 표지석을 제대로 바로잡아 김태년․서현무를 기리는 데 아낌이 없기를 바란다. 이 두 영혼을 편안히 쉴 수 있게 하는 것도, 산자의 몫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4.19혁명을 겪은 세대가 아니다. 피부로 와닿지 않은 것도 솔직한 마음이다. 역사 속에 4.19혁명은 부정선거에 항거로 민주화의 획을 긋는 사건임에는 누구나 공감을 할 것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철이 되면 4.19혁명에 목숨을 바친 열사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민족시>
4․19 꽃으로 피다
임정순
하늘꽃
영원하리
그대들의
넋.
민주의 꽃피다
4.19 영혼부부 바람되어
유 연 경
난 그대들은 모릅니다
4. 19 묘역에 잠든
내 눈을 사로잡는
두 분의 묘비에 나란히 새겨진
김태연 서현무
그대들은 지금
이 땅위에 없지만
넋은 남아
오직 나라를 걱정하고
정의에 앞장서서
꽃다운 나이에
이슬이 된 숭고한 정신을
그대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영혼이라도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위로해 드립니다
붉은 피는 가슴 깊이
스며들고 숨결은
살아 숨 쉽니다
이승에서 못다 한 꿈
못다 한 얘기 나누시고
영혼부부로 만나
한도 눈물도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소서
햇살이 유난히도
눈부신 4월 어느 날
꽃잎이 흩날리는 날
그대의 넋을
그려 봅니다
슬픈 꽃송이로 불 밝히고
영원히
자유와 민주를 위한
횃불이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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