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는 29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김종인 대표가 이끄는 비대위에 선거 관련 권한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13일까지 위임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선거관련 당규와 시행세칙에 대한 수정권한을 비대위가 갖게 된 셈이다.

지역구 경선기간 단축, 비례대표 의석 감소, 컷오프 후폭풍 수습이 위임의 이유였다. 당무위에서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며 100% 안심번호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지역구 경선을 단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비례대표 전체의석이 7석 줄어들었기에 보다 경쟁력있는 인사들을 공천할 수 있는 방법과, '하위 20% 컷오프'에 걸린 일부 현역의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 역시 언급됐다.

김종인 대표는 비대위에 지나친 권한이 집중된다는 불만을 의식한 듯 "지금은 비상한 상황인만큼 그런 상황에 맞게 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 당 지도부에 신뢰를 가지고 협조해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비례대표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데,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우리당의 얼굴이 될만한 사람들과 집권을 위한 상징적 인물을 앉혀야 한다. 지금은 그게 제한적"이라며 "20% 컷오프의 경우 문제가 있어보여 공개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는데, '당의 유일한 개혁의지를 실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목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대표가 직접 '20% 컷오프'에 아쉬움을 피력했던 홍의락, 문희상, 백군기 의원 등의 구제 역시 가능해졌다. 홍 의원의 경우 최근 탈당을 선언했지만 중앙당에서 정식 탈당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지역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할 뜻을 보이며 사실상 컷오프 조치를 내린 강기정 의원에 대해서는 김 대표가 "당을 위한 일이니 이해해줘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은 비대위의 권한이 한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선출로 뽑기로 한 비례대표를 김 대표가 지명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행위는 당규가 아닌 당헌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3선 이상 하위 50%, 재선 이하 하위 30% 물갈이설'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우리당 인재풀을 고려했을 때 그렇게 안 될 뿐만 아니라 그럴 뜻도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 일각에서는 반발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지켜왔던 '시스템공천'을 수정할 권한까지 비대위가 가진 상황이어서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현역의원들은 "자의적으로 한 개인의 손에 왔다갔다 하는 공천은 안 된다"는 뜻을 모았던 적도 있다.

작년 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시스템공천 마련에 기여했던 박우석 당무위원은 이날 당무위에서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할 경우 시스템 공천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른 당무위원도 "당헌·당규의 유권해석을 포괄적으로 할 경우 비례대표 공천도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창세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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