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통상해고(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완화하는 양대 지침 정부안을 전격 22일 발표했다

이 지침에는 노동시장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메가톤급 의제가 담겨 있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현저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하자 정부가 곧바로 지침 강행 카드로 맞불을 지른 셈이다. 정부와 노동계가 각자 제 갈 길을 가면서 노동개혁은 그야말로 격랑에 휩싸였다.

정부가 강행 카드를 빼든 것은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은 줄어드는데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은 되레 장기화하고 있어 이대로는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부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조속히 실천하고 일자리 위기를 극복해 달라는 국민과 산업현장 노사의 바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이후 끊임없이 공식·비공식 협의 참여를 요청했으나 한국노총은 협의 자체를 계속 거부해 더 이상 협의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의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다. 이와 달리 통상해고로 불리는 일반해고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지침이 전문가 간담회와 현장 노사의 의견을 반영해 노동계가 주장하는 ‘쉬운 해고’는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이 장관은 “근로기준법, 고령자고용촉진법 등 관련 법률과 그간의 판례에서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요건과 절차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싶어도 이것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이 명백한 만큼 도입이 쉽지 않았다.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가 반대하면 도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부안대로라면 사측은 이 지침을 근거로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다’라는 명분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일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직무급, 성과급으로의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인정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지는 경우 △근로자들의 불이익과 이익을 총체적으로 비교하고 △사용자의 개편 필요성 인정 여부 △주변 기업의 도입 여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와의 충분한 협의가 진행됐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미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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