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남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아이에서부터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자존심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그 자존심이 깨지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일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중 75%만 옳은 것이라면 자기로선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지도자로 손꼽히는 이런 위인도 자기 생각에 대해 이렇게 겸손했다. 내 자존심을 먼저 챙기기 전에 상대방을 이해하고 겸손의 미덕을 보여 주는 것이야 말로 어디에 비할 바 없이 이름답게 보인다.

이러한 태도로 나라를 통치한 덕분에 국민은 따뜻하고 배려할 줄 아는 대통령으로서 루스벨트를 꼽는다. 우리도 타인과 소통할 때 나의 독선과 고집, 아집 같은 것은 모두 내려놓고 비워놓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언제든 틀릴 수 있다고 겸손한 자세로서 상대방을 옳다 하고 높여주면서 칭찬할 줄 아는 자가 결국 승자(勝者)로 인정받게 된다.

상대방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잘못을 덮어주고 관대하게 대하라. 매스컴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이다. 이슬람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 지긋한 어떤 미국인이 어느 날 아랍인의 집에 초대되었다. 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앞에 물을 담은 그릇이 있었다. 그 미국인은 마시라는 물로 착각하고 그 물을 마셨다. 하지만 이 물은 손으로 식사를 하는 아랍인들에게는 손을 먼저 씻도록 준비해 둔 물이었다.

미국인의 거침없는 행동을 지켜보던 주인은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미국인처럼 자기 앞에 놓인 손 씻는 물그릇을 들어 물을 마셨다. 주인은 이미 저질러진 손님의 실수를 바로 잡아 주려고 하거나 아랍의 식탁 예절은 이러이러한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아랍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지적하면 손님은 오히려 당황하고 무안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상대를 존중한다는 것은 상대의 자신감과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모든 동작에 해당되는데 눈짓, 손짓, 몸짓, 말씨 등이 다 포함된다. 일반 적으로 상대는 잘못이나 실수를 지적당하면, ‘이거 내가 큰 실수를 범했네. 참 미안하다’라고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우선 자기 자존심부터 살피게 되는 게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눈으로 보일 정도의 확실한 상대방의 잘못이나 실수라 할지라도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수용하는 방식은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부하 직원이 모르고 있는 것 같더라도 “잊었나보네요”라고 하고, 상사가 실수를 하면 “요즘 너무 바쁘셔서 챙길 여유가 없으셨나봅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사정이 있었겠지.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세련된 표현으로 상대방을 배려해 준다면 상대는 기분 상하지 않으면서도 솔직히 자기 실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상대의 실수를 알게 하고 바로 잡는 것이 목적이면서 상대의 마음까지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목적을 늘 잊지 말고 사람의 실수에 대해 관대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표현하는 조심성이 필요하다. 본인부터서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타인을 설득할 때 우리는 논리적 허점이 없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증거를 대고 근거를 보여주고 권력을 이용하고 데이터를 코앞에 들이대며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생각보다 지극히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동물이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저 사람 말이 맞다 해도, 그냥 저 사람이 ‘주는 거 없이 밉게 보이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아무리 좋은 시를 읊어 대면서 접근해도 상대방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진정한 소통을 기대할 수 없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상대방의 마음에 남을 수 있는 메시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옳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내 귀에 잘 들려야 하고, 들린다 하더라도 맘에 와 닿아야 하며 또 실천할 의지가 생겨야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평소 칭찬 받는 것을 싫어한 나폴레옹도 “저는 각하를 매우 존경합니다. 왜냐하면 면전에서 입에 발린 칭찬하는 것을 싫어하는 각하의 그 성품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자 흐뭇해했다고 한다. 없는 것을 만들어서 칭찬하긴 어렵지만, 있는 것에서 조금 시각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장점이 될 수 있다. 상대의 장점을 볼 줄 알게 되면 상대방도 내 장점을 보려고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깊어져 서로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상대방을 트집만 잡으려고 하거나 단점만 보려고 한다면 상대방도 내 트집이나 단점을 보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보통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말싸움해서 이기는 건 실질적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다. 성질 급한 대로 말싸움해봐야 그 이후 일어날 일들이 목소리 큰 사람에게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이기려면 한 템포 속도를 늦추고 고개를 숙여 상대의 자존심을 한번쯤 살려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체험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즉시 마음속으로 ‘말싸움에서는 무조건 그냥 저 주라. 그 대신 저 사람 마음을 얻자’라고 의식하는 습관을 가져보자. 아마 그보다 더 큰 문제 그리고 더 큰 일을 할 때도 주변 환경이 나도 모르게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주변에 훨씬 많아 승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정환 기자(본지 편집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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