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수출부진에도 43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면서 외환보유액 규모도 크게 늘고 있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저유가 등으로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흑자로 인해 국내 시장에 달러 유입이 많아지면서 외환보유액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은 9월 경상수지가 106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4번째로 많은 규모다. 올해 1∼9월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806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다.

글로벌 경제 둔화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면서 흑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9월 수출은 452억70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0.8% 감소했지만 수입은 332억1000만달러로 작년 9월보다 23.2% 나 감소했다.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상품 수출은 올해 들어 지속적인 감소를 보이고 있다”며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수출 감소, 자동차· 철강· 가전제품 등 수출 주력품목의 해외 수출 둔화, 해외중계· 가공무역 부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수출 부문이 반등할 요인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의 경우 자본이 국외로 나가는 규모가 커지고 있다. 8월 91억달러에서 9월 106억달러로 늘었다.

이 가운데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가 줄면서 자금 유출 규모가 8월 4억3000만달러에서 9월 46억6000만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증권투자도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가 늘면서 8월 25억4000만달러에서 9월 42억8000만달러로 늘었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량이 많아지면서 외환보유액 규모도 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많은 달러가 시중에 풀리게 되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고, 원화 강세가 되면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다.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한국은 환율을 시장 수급에 맡기지만 원화 강세 효과를 약화시키기 위해 종종 외환당국이 개입해 자국 통화를 흡수하고, 통화 흡수가 외환보유액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통상 여겨진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국제 경제와 환율정책에 대한 의회 보고서’에서 “지난 1년간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7.7% 떨어졌다”며 “ 올해 상반기 동안 외환당국은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7월과 8월에는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집중적으로 개입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9월 준비자산은 5억7000만달러 늘었다. 준비자산은 외환보유액에 환율 변동 등 평가에 의해 일어나는 비거래 요인을 제거한 금액이다. 올 들어 1~6월 준비자산은 지속적으로 늘다가 7~8월 소폭 줄었고, 9월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9월 외환보유액은 1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9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681억달러로 세계 7위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의 경우 9월 달러 강세로 달러화로 전환한 기타 통화 준비자산들의 달러 표기 가치가 줄어들게 나오지만, 준비자산의 경우 거래가 되지 않으면 통화 가치 변동이 없는 것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 요인 등을 제거하면서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순동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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