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김영철]예로부터 건강의 척도로 3쾌(快)를 들고 있다. 즉, 건강을 유지하려면 잘 먹고(쾌식), 잘 자고(쾌면), 잘 싸야(쾌변)한다고 하였다. 색깔 좋고 모양 좋은 변을 규칙적으로 잘 보아야 건강하다는 뜻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채소 재배에 분변 거름을 주로 사용하고 충분히 세척하지 않고 먹었기 때문에 대변에 회충이 빠져나와 종종 놀라기도 하였다. 또 요충이 기어 나와 항문주위가 가렵기도 하였다. 그래서 학교에서 일 년에 한 번씩 구충제를 단체로 복용시켰다. 똥이 구린내가 난다고 천대만 받지는 않았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란 속담도 있지만, 옛날 사람들은 흰 개의 똥을 종기의 치료에 썼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백구시(白狗屎:흰개 똥)는 정창(賽瘡)과 루창(瘻瘡)을 치료한다. 가슴과 배의 적취(積聚)와 떨어져서 다쳐서 생긴 어혈을 다스리니 소존성(燒存性: 겉은 숯처럼 태우지만 속은 누런 기운이 있도록 태우는 방법)으로 하여 술에 타서 먹으면 신효(神效)하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똥은 삭히면 퇴비가 되고, 말리면 연료로 쓰인다. 마사이족은 나뭇가지로 사각형의 집 구조를 만든 다음 그 틈 사이에 소똥을 발라서 “보마”란 집을 짓고 산다.

몽환적 사유로 생리적 배설현상을 사랑의 생리현상으로 이미지 전이를 시킨, 필자의 시 「夢遊胡蝶圖」의 부분을 소개한다.

“세 끼를 다 챙겨 먹고도 허기를 느끼는 나에게 /그녀가 배꼽 속에서 보약이라며 알곡을 꺼내어 주었다 /이팝나무에 봄비를 뿌리듯 내 몸의 물을 주어서 /봄 햇살 속 단전에 올려놓으니 햇반 같은 밥꽃이 피었다 /밥알들이 애벌레처럼 꼬물거리며 입속으로 들어왔다 /땅굴 같은 장 속을 한 바퀴 돌아서, 곧추선 굴뚝의 연기처럼 /모락모락 김이 나는 떡이 나왔다 노란 가래떡이다 /떡국을 썰어, 민들레 홀씨 날리 듯 하늘에 고수레하니 /노랑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건강한 사람의 1일 대변 량은 100~250g으로, 중간 크기의 바나나 1~2 개정도의 량이다. 섭취한 음식물의 종류와 몸, 특히 소화기관의 상태에 따라서 대변의 색깔이나 그 모양이 다르다. 그러므로 배변 후 바로 물을 내리지 말고 그 상태를 잠시만 일별해도 건강상태에 대한 유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황금빛 내지 갈색의 바나나 모양의, 가래떡 굵기의 변이 끊어지지 않고 나오면 정상이다. 어두운 갈색의 변이 가늘게 힘없이 나오면 “노인성 대변”이라고 하는데 장의 운동력이 약해진 상태이다. 담관이 막혀 담즙이 장내로 나오지 못하는 경우와 지방 과다 섭취로 인한 소화불량 시, 그리고 대장조영술 검사를 위해 바륨을 섭취했을 때에는 회백색 변이 나온다. 짜장처럼 검은 변이 나오면 대장 위쪽 상부 위장관에서 출혈이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 붉은 혈변이 나오면 대장이나 직장 부위에 출혈이 생길 수 있는 질환 즉, 궤양성 대장염, 대장암, 직장암, 치질출혈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녹색변은 녹색 잎의 채소나 녹색 인공 색소가 가미된 음식을 많이 먹은 경우가 주된 원인이고, 변의 장 통과 시간이 빨라서 담즙이 변을 분해할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도 녹색변이 나온다. 토끼똥처럼 마르고 토막 난 똥은 식이 섬유가 적은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 먹는 젊은 사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냄새가 심한 기름변은 지방이 많은 육류를 많이 먹는 사람에서 관찰된다.
설사
배변 횟수가 하루 4회 이상, 또는 하루 250g 이상의 묽은 변이 나올 때 설사라고 한다. 설사가 2~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설사라고 한다. 설사의 흔한 원인으로,
1) 병원성 미생물 또는 그 독소가 원인으로서 콜레라, 살모넬라 장염, 로타 바이러스 장염, 소장 세균 과증식증 등이 있다.
2) 기능성 설사의 원인으로서 과민성 장증후군이 있다.
3)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는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방사선 장염 등이 있다.
4) 완하제, 제산제, 항생제, 콜린성 약물, 알코올 등의 약물이 원인이다.
변비
대변이 딱딱하게 굳은 경우, 불완전한 배변감(후중감) 또는 항문직장의 폐쇄감이 있는 경우, 일주일에 배변 횟수가 3번 미만인 경우 등을 말한다
변비의 원인은 원발성과 이차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변비의 90% 이상이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원발성 원인에 의한 변비이며, 기능성 또는 특발성 변비라고도 부른다
1) 국소적 기질적 원인으로서, 대장 종양, 대장협착, 허혈성 대장염, 게실염, 염증성 장질환, 결핵성 대장염등이 있다.
2) 전신적 기질적 원인으로서, 전신성 경피증, 복합성 결합조직 질환, 피부근염, 샤가스병,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요독증,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근위축증등이 있다.
3) 원발성 원인으로서는, 과민성장증후군, 서행성 변비(대장 통과시간 지연), 골반저 기능이상(근실조증) 등이 있다.

변비의 치료에서 섬유질의 섭취와 충분한 수분 섭취(하루 2리터 이상), 적당한 운동, 정서적 안정, 올바른 배변 습관이 중요하다. 서행성 변비와 골반저 근실조증에는 바이오피드백(행동요법)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즉, 항문근의 수축 및 이완에 따른 변화를 교육한 후, 50cc 크기의 풍선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항문을 이완하는 방법을 학습시키는 요법이다.

김영철:
내과 전문의, 의학박사,
시인 (필명: 김세영)
시집: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물구나무서다」

 

김영철 박사  mokjoin@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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