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특별히 무더운 계절이었다. 우리에게는 광복 70주년이고 일본은 종전 70주년, 중국은 항일전쟁승리 70주년이다.

일본에서는 아베총리가 8월14일에 담화를 발표했고, 중국에서는 9월 3일에 전승절을 축하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이 행사에서 미일양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정상들이 불참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행사인 열병식에까지 참석을 했다.

북한은 도발을 거듭하면서 대북방송 중단을 요구하여 8월 22일을 기한을 정해 대북방송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위협하였다. 끈질긴 협상 끝에 8월 25일 합의에 달하였으나,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올해 10월10일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실시를 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통일은 대박이다‘ 하면서도 남북의 긴장상태는 완화되지 않고 대일관계는 최악의 상태가 계속되어 대미관계도 어색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그에 비해 대중관계는 그야말로 밀월상태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총무역의 거의 4분의1을 대중무역에 의존하고,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나라이다. 대일관계에 있어서도 한중은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를 공유하는 사이다. 더군다나 중국의 국력은 머지않아 미국을 추월할 만한 기세다. 이런 사실을 보면서 근래 한중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당연지사로 여기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 중국의 영향력을 우리 측에 기울이게 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볼 때 과연 그렇게 될까?

21세기에 들어서서 지정학적 관점에서 한국이 허브국가로서 밸런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한미일 동맹관계를 관철시키자면 중국의 눈치가 보이고 한편 대중접근을 우선하면 미국에 신경이 쓰이니 적당한 자리 잡기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일본에서는 북한이 벼랑 끝 외교를 펼치고 남한은 양다리외교를 전개한다고 빈정대는 말이 눈에 띈다. 일부에는 일제식민지지배를 그토록 원망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조공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나무라지 않는 한국인과 한국사회를 비웃는 경향도 있다. 대일관계는 당한 것들이 아직 가시적이어서 의식 속에 남아있지만 대중관계는 오랜 기간을 통해서 유전자속에 들어있는 상태이니 무의식적으로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비유까지 한다.

한국인의 입장으로서 요새 대중관계를 봐도 문뜩 신라의 3국통일이 상기된다. 당나라 힘을 빌려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의 영토가 어떻게 되었으며 그 이후 대륙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새삼스레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전략과 방도가 중요하긴 하나 통일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때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국익을 해치기 않도록 통일한반도의 독특함과 자주적인 입장을 확보할 비전이 필요하다.

오늘의한국  webmaster@k-today.com

<저작권자 © 오늘의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