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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시선집「피아노 계단」그늘진 곳을 환한 빛으로 드러나게 한 詩人
임윤식 기자  |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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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07  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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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시인이 그동안 펴낸 아홉권의 시집 1,172편의 작품 중에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관한 시를 추려내 「피아노 계단」이라는 제목으로 시선집을 펴냈다.

강만수 시인은 1992년 월간「현대시」1996년 계간「문예중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계간「뿌리」주간과「문학과 창작」기획위원을 지냈으며, 한국시문학상(2013)과 바움문학상 작품상(2015)을 받았다.

청년기부터 좌충우돌로 천착한 시를 엮은「가난한 천사 」(1993)가 첫 시집이다. 이후 17년간 오랜 묵언 끝에 집 연작시를 중심으로 한「시공장공장장」(2010)을 내놔 문단에 파장을 일으켰다. 또한 주체할 수 없는 창작 열기는 곧이어 자연과 인간 내면의 소통을 주제로 한「기이한 꽃」(2010)으로 이어졌다. 그 후로도 국내최초로 고령화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성찰한 시집인 「無緣社會」(2011),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詩化한 「C-1:99」(2012), 여성시대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빛나는 예지를 담아 노래한 「매니큐어」(2013), 노장과 유교의 사유체계와 불교사상의 핵심이랄 수 있는 생각을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을 經에 담아 표현한 「독좌여산」(2013)을 거침없이 펴냈다. 그 후 팝 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에게 영향 받아 그가 실현한 그림공장처럼 시공장을 불철주야로 가동, 시를 무제한 생산할 수는 없는 걸까란 생각 아래 미발표 신작 365편을 묶은「앤디 워홀 詩 365」(2014), 이어서 어느 때는 일상의 말들로 고백을 하다가도 말들의 풍경 속에 실존의식을 날카롭게 담아냈다는 평을 들은 「아름다운 지느러미」(2014)를 아홉 번째 시집으로 세상에 내놨다.

그 외 동시집「구두쇠 아빠」(2012), 그림 동화책「사라진 벌들을 찾아 나선 꿀벌 구조대」(2012)도 上梓했다. ⌜사라진 벌들을 찾아 나선 꿀벌 구조대」는 2014년 라오스어로 번역 제작 돼 그곳의 국립대학과 국립도서관 및 초중 고등학교에 배포 되었으며, 현지 신문인 라오 이코노믹 데일리 지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2014.6.4). 금년엔 캄보디아어와 미얀마어로 번역 돼 그곳의 어린이들에게도 소개 될 예정이며, 동시집 「구두쇠 아빠」 역시 영어와 동남아어로 번역 돼 세계 최빈국의 어린이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수천 편의 미 발표작을 갖고 있는 시인은 生涯 10,000편의 시를 남기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화계사 앞 여산제에서 詩魔에 빠져 지내고 있다. 현재는「휴먼 인 러브 재단」글로벌 콘텐츠 자문위원이며「고려문화」편집위원과 출판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바닥에서 바닥으로

발자국에서 발자국으로

 

바닥이 빛이다 발자국은 빛으로

 

어둡다 긴 어둠은

빛을 몰아내고 있다

 

가자가자 저 캄캄함을 몰아낸 뒤

벌떡 일어서서

 

어두컴컴해 보이지 않는 세계

너무 늦지않게 빠져 나가도록 하자

 

첫 계단은 도 다음 계단은 레에서 미로 이어지는

 

계단 밖 세상을 향해

 

시 <피아노 계단> 전문

 
   
 

계단 위는 지하철 밖 훤히 시가지가 바라보이는 곳이어도 좋고, 해안가 산책로 언덕 위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포인트라면 더욱 좋다. 계단의 끝은 오르기는 어렵지만 희망이다. 층계 마다 피아노 음반을 치듯 아름다운 음이 나오는 계단이라면 오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피아노계단은 스웨덴 스톡홀름 Odenplan역이 유명하다. 미국 센프란시스코, 이태리 밀라노 등지에도 피아노계단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부평역, 신도림역, 영등포역, 광주 동구청, 부산 절영해안산책로 등 이런 계단을 계속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을 디딜 때 마다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울려나오는 계단. 얼마나 신나는 층계인가? 계단은 삶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강만수 시인은 오르기 어렵고 고달픈 과정으로만 여겨졌던 계단을 이처럼 장애인들을 위해 춤추듯 오를 수 있는 즐거운 음계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벌떡 일어서서 너무 늦지 않게 어두껌컴한 곳에서 신나게 빠져나가자고 재촉한다.

 

먼지 낀 채로 녹이 슨 시장 앞 거치대에

오랜 시간 방치된 리어카를 봤다

 

누가 놓고 간 걸까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것들을 바라보다

 

질척거리던 어시장 골목길에서

손수레를 끌고 다녔던 아재의 기억을 되살려

 

바람 빠져 주저앉은 헌 바퀴를

새 바퀴로 갈아 끼운 뒤 바퀴를 굴리고 싶었다

 

짐을 가득 싣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사과밭 뒤 언덕을 오르고

 

속초항에서 거친 어부들 사이 해맑게 웃는

다른 이들과는 너무도 달랐던

 

월남전에서 왼팔이 떨어져 나간

상이용사인 그가 떠올랐다

 

그는 수레와 같은 사람이었기에

 

시 <강릉아재> 전문

 

이 시에서 강릉아재는 장애인이다. 그런데도 그는 해맑게 웃으면서 거친 어부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다. 즉, 사회적 약자이면서도 밝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장애인이다.

KBS 3라디오에서 <내일은 푸른 하늘>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고정욱 소설가(문학박사)는 "강릉아재는 손수레같은 사람이다. 그는 비록 장애가 있지만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 장애인에게 일이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삶의 지표다. 장애인에게 일거리가 있으면 그는 사회에 통합이 될 수 있다. 빛나고 화려한 존재는 아니어도 손수레처럼 누군가 남을 도울 수 있다면 장애가 있음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않는다. 이 시를 읽은 우리 장애인들은 상당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내용이다"라고 말한다.

고정욱 소설가가 서평에서 '우리 장애인들’이라는 용어를 굳이 쓴 이유는 그 자신 역시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문학박사이면서 소설가, 아동문학가로 우뚝 섰으며, KBS라디오 방송 프로를 진행할 정도로 당당하고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다.

 

가난으로 인해

그는 혼자 지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모르는

 

그런 시간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외로움이 북받쳐 견딜 수 없는 삶을

 

이 사회에서 맺었던 인연

모두 끊어진 채

 

살아가게 될

당뇨병 환자 노씨

 

시 <無緣社會 9> 전문

 

우리나라도 이제 노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경제의 어려움으로 삶의 여유는 찾을 수 없고 궁핍함이 더해진 탓에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소위 말해 '무연사회(無緣社會)’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한혜영 시인은 "강만수 시인의 시선집 피아노 계단」에는 세어보니 110편의 시가 실렸다.

그동안 써온 시들 중에서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에 관한 시들을 골라서 묶었다고 한다. 나는 문득 내 시집을 생각해 봤다. 과연 이런 시편들이 얼마나 있을까?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깨닫고 많이 부끄러웠다. 소외된 곳에 너무 무관심 했구나 싶어서다. 강만수 시인은 신체적 장애인 뿐 만이 아니라 정신적 장애를 가진 분들도 많이 다루었다. 시인은 소외된 그늘에 가려져 춥고 쓸쓸한 삶을 사는 분들에게도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위로이며 위안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육현주 문학평론가는 "삶의 아이러니, 생과 사, 희망과 절망의 무게를 알아버린 시인은 그의 길목에서 만나는 모든 약자들을 가만 지켜본다. 낙원상가에 쭈그리고 앉은 노인네를 보며 낙원은 어디 있는지를 묻는 시인은 결국 도찐개찐 장애 비장애의 경계란 한치 앞을 못 보는 근시안적 어리석음에 불과함을 깨닫는다. 서로가 품어야 할 불완전한 존재들임을ᆢ'측은한 마음에 쓰지않는 다리라도 내줘야 할까(<내 다리>중 일부)'라면서, 이미 목발에 휠체어에 의지하며 다리를 몇 개나 가동하게 된 지체장애인이 외려 손을 내민다"고 지적한다.

 

배가 고파도 밥 달라고 말할

부모가 없는

 

반 지하 사글세방에서 찜질방과 공원으로 내몰린

 

그러다 혼자 남아 벤치에서 잠을 자며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부모에게까지 버림을 받았다는

깊은 상처 때문에

 

눈물샘이 막혀 울지도 못하는

 

슬픈 눈빛으로 내 가슴을 강하게 찌르던

 

울 줄도 모르는 아이 정우

 

시 <울지 않는 아이> 전문

 
   
 

강만수 시인은 지난 5월에 ‘꼭 돌아와야만 돼 아이들아’란 세월호 서사시로 '바움문학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는 정은선 극작가와의 수상기념 대담에서 "시인은 어두운 곳을 남보다 먼저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깨어있는 눈빛으로 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어루만지고, 널리 알려서 함께 빛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죠. 제 시집에는 꾸준히 그런 내용의 시들을 넣어왔어요. 이번에 나온 첫 번째 시 선집 <피아노 계단>은 제가 지금까지 쓴 총 9권, 1,172편의 시 가운데 장애에 관한 시들을 묶었습니다. 여기서 ‘장애’의 의미는 단순히 신체적 정신적 장애 만을 일컫지 않습니다. 실직자, 은둔형 외톨이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모두 포함한 개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마음이어서인지 그의 얼굴은 볼 때 마다 늘 맑고 잔잔하다. 또, 깊은 밤 뒷골목을 샅샅히 들여다 보는 순찰자의 눈초리처럼 어두운 곳을 결코 그냥 지나치지않는다. (글/임윤식)

 

펴낸곳 : 황금두뇌. 값 9,000원

임윤식 기자  webmaster@k-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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