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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암산 용늪을 오르다1,280m 고원습지, 자연생태계의 보고
임윤식  |  lgy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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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11  10: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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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에 위치한 대암산(해발 1,304m)은 민통선 내에 있어 자연생태가 잘 보전되어 있으며, 정상 부근이 기암괴석으로 되어 있어 경관 또한 수려한 산이다.
대암산에 오르려면 사전에 관계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북부지방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033-463-8169) 및 원주지방환경청(033-760-6012), 문화재청 및 국방부 21사단 등에서 관리하고 있다. 신청자측에서 이들 4관청에 일일이 허가신청하기가 번거롭기 때문에 편의상 양구군 및 인제군청에서 허가신청을 대행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양구군 쪽에서 올라가려면 양구군청 생태산림과(담당: 김상택 033-480-2171)에 신청하면 된다. 군사보호지역이기 때문에 군부대에서 직접 관할, 군 위병소를 통과해야 한다. 인제 들머리에서 50명, 양구 들머리에서 50명 등 하루에 100명까지 출입허가를 내준다. 왕복 5시간 정도 소요. 환경청 소속 자연환경해설사가 용늪해설을 위해 방문자들을 안내한다. 11.1-익년5.15까지는 산불방지를 위해 입산이 통제된다.
대암산은 산 자체도 100대 명산에 들어갈 만큼 산이 좋지만, 이곳은 특히 1,280m 높이의 고원에 '용늪'이라고 불리워지는 넓은 습지가 있어 더욱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습지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곳이다.

   
 

필자 일행을 실은 차량이 대암산에 오르기 위해 양구 방향 군부대 통제소를 지난다. 용늪 오르는 길은 좁은 시멘트길. 군보급로이다.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굽이길을 오른다. 통제소에 약 10분 쯤 올랐을까? 약간 넓은 공터에서 버스가 멈춘다. 이곳에서부터는 걸어서 올라야 한단다. 산허리에 안개가 자욱하다. 몇미터 앞 밖에 보이지않는다. 미로를 걷듯 거의 1시간 가까이 오르자 군 위병소 정문이 보인다.
군인들 몇 명이 인원점검을 한다. 사전 예약된 등산객들의 신분을 확인한 후 ‘공무’라고 쓰여진 입산허가증을 준다. 군인 한 명이 용늪까지 일행을 안내한다. 안내라기 보다는 군부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근무이다. 용늪 자체의 안내는 필자 일행과 동행한 김창일 자연환경해설사가 맡고 있다.
위병소 바로 아래에서부터 용늪관리소에 이르는 도로에는 자연석들이 아스팔트처럼 깔려 있다. 김창일 해설가는 “길에서 흘러내리는 흙들로 용늪이 육지화되는 걸 막기위한 방책”이라고 설명해준다.
산길 좌우로에는 쉬땅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고, 마타리, 동자꽃, 어수리, 솔채꽃, 송이풀, 짚신나물, 곰취, 쑥부쟁이, 참당귀 등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길 옆 언덕으로 마가나무들도 보인다. 우리나라 토종 마가나무라고 한다.

용늪은 대암산(1,304m) 정상 부근에 형성된 습지로 면적은 7,490㎡이다. 용늪이라는 명칭은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뜻으로 붙여졌으며, 1966년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남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산 정상에 형성된 고층 습원이다.

대암산 용늪은 ‘작은 용늪’과 ‘큰 용늪’으로 나뉘어져 있다. 위병소 쪽에서 내려가다 보면 먼저 만나는 곳이 작은 용늪이다. 이곳은 1970년대초까지 만 해도 습지환경이 잘 유지보존되어 왔으나, 1994-95년에 발생한 극심한 한발과 용늪 주변 나대지에서 유입된 토사 등으로 건조화 및 육지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습지의 형태를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는 습지생태계 복원 등을 위해 작은 용늪에 대한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아직 생태계가 살아있는 곳은 큰 용늪이다. 큰 용늪 역시 생태계 보존을 위해 일반인들의 출입은 금지하고, 대신 전망대를 설치,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늪의 바닥은 평균 1m 깊이의 이탄층(泥炭層, 습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에 썩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이루어진 짙은 갈색의 층)이 발달해 있다. 용늪의 이탄층에서 추출한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습지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약 4,200년 전으로 밝혀졌다.

   
 

필자 일행을 안내한 김창일 해설사는 “연중 170일 이상 안개가 내려앉고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영하에 머무는 혹독한 기후와, 산성을 띠는 빈영양의 토양환경이 세계적으로도 드믈게 나타나는 이탄습지를 만들었다. 낮은 온도로 인해 완전히 분해되지 않은 식물의 유해가 켜켜이 쌓여 형성된 이탄층은 연간 1mm 정도가 퇴적되는데, 용늪의 이탄층은 평균 1m, 가장 깊은 곳은 1.8m가량으로 반만년의 자연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이탄습지는 전 세계의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탄소량의 10%에 해당하는 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이탄습지의 보전 자체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1995년 환경부에서 조사한 결과, 이 습지에는 순수 습원식물 22종을 비롯하여 112종이 서식하고 있다. 대암사초와 산사초, 삿갓사초 등의 사초류가 군락을 이루며, 가는오이풀·왕미꾸리꽝이·줄풀·골풀·달뿌리풀 등의 물을 좋아하는 식물들도 늪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끈끈이주걱과 통발 같은 희귀한 식충식물도 있고, 세계적으로 진귀한 금강초롱꽃과 비로용담·제비동자꽃·기생꽃도 서식한다.
늪 가운데에는 폭 7~8m인 연못이 2개 있다. 이 연못은 물이 매우 차고 먹잇감이 부족하여 물고기가 살지는 못하지만 미생물이 많이 살고 있다. 물벼룩과 장구말이 많고, 도룡뇽과 물두꺼비, 개구리 등도 서식한다. 1989년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고, 1997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람사르 협약의 습지로 등록되었다.

운무로 용늪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대암산 산행길로 접어든다. 용늪관리소로부터 왕복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대암산은 초입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밀림 속을 들어가야 한다. 길은 외길이다. 등산로 옆에는 '미확인지뢰지대'라는 경고팻말이 자주 눈에 띤다. 군사보호구역임을 실감한다. 마치 정글탐험을 하는 기분이다. 야생화는 물론 숲 자체도 원시림이다. 생태계가 살아 있다. 대암산 자체가 민통선 내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암산 정상(1,304m) 오르는 마지막 코스는 거의 암벽등반 수준이다. 로프 등 안전시설도 거의 없다. 수직암벽을 이리저리 타고오르다 보면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표지석도 없다. 조그만 나무팻말 만 정상임을 알려줄 뿐이다.
대암산 아래에는 일명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부르는 넓은 분지도 위치하고 있는 데 오늘은 안개가 너무 짙어 펀치볼이 보이지않는다. 강원도 양구에 있는 ‘펀치볼(Punch Bowl)’은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전사자를 남긴 격전지다. 적군 1만여 명, 아군 2,000여 명이 이 산악 분지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펀치볼이란 이름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외국인 종군기자가 붙인 이름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빙 둘러싸고 있는 지형이 화채 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리 부른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펀치볼은 한국전쟁의 군사 요충지였다. 펀치볼을 적에게 내주면 춘천까지 위험하고 춘천을 빼앗기면 곧장 서울이 노출될 수 있어 수많은 군인이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하는 곳이었다. 양구군 안에서 큰 전투가 아홉 차례 있었는데 그중 네 번의 전투가 펀치볼에서 벌어졌다. 우리나라 해병이 ‘무적해병’ 별칭을 달게 된 ‘도솔산 전투’와, 40일 동안 주인이 6번이나 바뀌었다는 ‘가칠봉 전투’의 무대가 바로 펀치볼이다. 지금도 펀치볼 주변에는 수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곳 분지에는 ‘DMZ 펀치볼 둘레길(dmztrail.kr)’이라고 이름붙인 둘레길도 조성되어 있다. 산림청이 2010년 조성을 시작해 지난해 마무리했다. 워낙 전방지대에 있어 자연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고, 악명 높은 전적지여서 길가에 얽힌 이야기도 허다하다.

   
 

하산길에는 운무가 조금씩 걷히는 것 같다. 운좋게 용늪을 볼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푼다. 오를 때는 전혀 보이지않던 원시림이 희미하게 그 자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용늪관리소에서부터 약 2시간 산행 후 원점회귀한다. 필자가 도착하자 마침 김창일 해설사가가 관리사무소에서 나온다. 그는 필자에게 새로운 꽃 몇 개를 소개해준다.
등산로 입구 풀섶에 보일 듯 말듯 피어있는 하얀 꽃. 닻 모양으로 생겨 닻꽃이라 부르는 데 희귀종이라 한다. 또 관리소 앞 언덕에는 금강초롱도 눈에 들어온다. 이 꽃 역시 세계적으로도 귀한 희귀종이다. 그 옆에는 만삼도 보인다. 만삼은 한약재로 특히 여성들에게 좋다고 한다. 모양이 금강초롱과 비슷하다. 야생에서는 해발 800m 이상 고지대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약초산행시 눈보다 코가 먼저 알아차리는 대표적인 약초가 만삼이라 한다. 더덕 향과 비슷하지만 훨씬 강하고 매력적이다. 뿌리와 줄기 잎 전체에서 풍기는 향은 주변풍경마저 황홀하게 한다고 하는데 뿌리가 길고 가늘어 채취가 쉽지 않다. 주요 효능은 기침을 멎게 하고 폐를 맑게 하며, 인후염과 천식, 편도선염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방에서는 여성의 허약 체질이나 산후조리에 주로 처방하고 있다고 한다.

꽃 해설을 듣는 동안 마음은 용늪에 가 있다. 일행 중 누군가 운무가 걷혀 용늪이 보인다고 소리친다. 관리소와 용늪전망대는 지척이다. 서둘러 전망대로 가 300mm 망원렌즈를 꺼낸다. 큰 용늪 전체가 렌즈 안으로 들어온다. 반갑다. 용늪 생태를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전체 윤곽은 확실히 잡힌다. 망원렌즈를 300mm까지 당기니 용늪 중앙 조그만 나무다리까지 보인다. 실태조사를 위해 만들어진 다리인 것 같다. 주위의 하얀 야생화들도 눈에 들어온다. 모양은 호수 형태이지만 물은 잘 보이지않는다. 우포늪은 거대한 호수형태인데 비해 이곳 용늪은 1,280m 높이에 위치한 늪이라서인지 물은 많이 고이지않은 듯 하다.
용늪 안내판에 의하면, 용늪은 대암산 정상 부근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생태계는 대암산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한다. 용늪에 살고 있는 646종의 동물과 식물은 계절 마다 각양각색으로 변화하며,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보기 드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연출한다고 한다. 겨우내 용늪을 덮고 있던 눈이 녹으면 노란 동의나물과 수줍은 얼레지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이면 다양한 식물의 개화와 더불어 사초류가 용늪 전체를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가을에는 사초류가 갈색으로 변하며 대암산도 고운 단풍으로 젖어든다. 촉촉한 수분을 머금고 있는 용늪에는 멸종위기식물인 기생꽃, 조름나물, 제비동자꽃과, 습지식물인 비로용담, 끈끈이주걱, 개통발 등이 자라고 있으며,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 삵, 까막딱따구리, 붉은배새매, 수리부엉이를 비롯한 300여 종의 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는 지난 4월 16일, ‘대암산 용늪 상류 군부대 이전 및 육화(陸化)방지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즉, 환경부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는 대암산 용늪에 올해부터 4년간 총 3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군부대 이전 및 생태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군부대 이전 및 생태복원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실시설계용역’을 추진한다. 2014년~2015년에는 군부대 및 부속 시설물을 철거이전하고 2016년에는 식생복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대암산 용늪에 토사 등이 유입돼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작은 용늪에는 꼬리조팝나무 등 육상식물이 침투했고, 물길에 의해 세굴이 발생하는 등 늪의 건조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원주지방환경청은 용늪 상류에 위치한 군부대를 이전하기로 국방부와 합의하고 식생, 수리, 수문, 지형, 지질, 경관 등 분야별 전문가의 자문과 국방부, 산림청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용늪 생태복원을 추진키로 했다. 원주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육화방지사업이 완료되면 용늪이 습지기능을 회복해 생물다양성이 증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임윤식 

임윤식  lgys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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